전날 삼성은 LG에 9-3 낙승을 거뒀다.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면서 화끈한 타격을 선보였다. 연승을 달리며 15승16패, 5할 승률에 근접했다.
특히 삼성은 5-2로 앞선 5회 1사 만루 위기를 넘기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당시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린 선발 김기태를 구원한 백정현이 이천웅과 오지환을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워 불을 껐다.
류 감독은 "경기 후에 지인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중계 화면에 웃는 모습이 잡힌 것을 올해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류 감독은 백정현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자 기뻐하는 모습이 잡혔다.
그만큼 삼성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시즌 전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선발 윤성환과 필승 불펜 안지만이 시범경기와 개막전을 뛰지 못했다. 여기에 차우찬, 박한이, 김상수 등 핵심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은 외국 선수들의 부진도 이어졌다. 콜린 벨레스터, 아롬 발디리스는 부진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이룬 삼성이 아니었다.
류 감독이 웃을 일이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사실 중계 화면에 잡히는 걸 어떻게 알겠냐"면서 류 감독은 "그런데 지인이 처음 웃었다고 하길래 나도 그때 알았다"고 웃었다.
그러나 류 감독의 얼굴은 하루 만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전날 폭발했던 타선은 이날 잠잠해졌고, 대신 마운드에 불이 났다.
선발 장원삼은 3이닝 동안 무려 12안타를 내주 9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이후 불펜진도 힘을 잃어 삼성은 6회 이미 0-16까지 끌려갔다. 타선도 7회까지 6안타 무득점 빈공에 그쳤다.
특히 5회 구자욱의 좌전 안타 때 첫 점수를 올리는 듯했던 박해민이 심판 합의 판정 끝에 아웃으로 번복됐다. 중계 화면에 비친 류 감독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결국 삼성은 8회 이승엽의 적시타 등으로 2득점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올 시즌 KBO 리그 최다 22안타를 내주고 2-16 대패를 안으며 3연승이 무산됐다. 언제쯤 류 감독의 얼굴이 환하게 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