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석한 각 구단 감독 및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상 속에서 강한 스파이크로 코트를 압도하던 선수들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1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2016 KOVO 트라이아웃&드래프트'를 개최했다. 남자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24명의 외국인 선수가 초청돼 각자의 기량을 뽐냈다.
남자부 7개 구단은 참가 신청을 한 162명의 자료를 확인해 각 선수별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KOVO가 모든 선수가 얻은 점수의 총합으로 상위 24명을 트라이아웃에 초청했다.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은 번호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사실 이들이 달고 경기한 번호는 점수의 순위였다. 즉, 1번 선수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인지 트라이아웃을 참가한 배구 관계자들은 상위 순번의 선수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1~10번 선수 사이에는 낯익은 선수들도 있었다. 2012-2013시즌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서 활약했던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를 비롯해 2013-2014시즌 러시앤캐시에서 뛴 바 있는 아르파티 바로티(헝가리)가 그 주인공이다. 가스파리니는 비교적 높은 순번인 4번을 부여받았고 바로티는 9번을 받았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역시 1번을 부여받은 스티븐 모랄레스(푸에르토리코)였다.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 출신인 모랄레스는 24명의 선수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당당히 1번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 평가는 엇갈렸다.
모랄레스의 플레이를 직접 관전한 A팀의 감독은 "영상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프로필보다 키도 작은 것 같다"고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B구단의 감독은 "전체적으로 상위권에 포진된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면서도 "그러나 모랄레스는 생각에 조금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초청선수 전체의 기량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B팀 관계자는 "경기를 보는 눈이 높아져서 그런지 과거 한국 프로배구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들보다 실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C팀의 감독도 "해외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을 100이라고 치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은 50정도 수준이다"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한 경기만 보고 선수들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선수들은 트라이아웃을 불과 이틀 남기고 한국에 입국하는 바람에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충분히 훈련하지 못한 채로 경기에 참여하는 통에 평소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오전부터 체육관에 나온 선수들은 아직 여정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듯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나마 오후가 되자 선수들은 컨디션을 되찾은 듯 오전과 다른 활기찬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24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13일까지 진행되는 트라이아웃에서 어떤 반전을 만들어 한국 프로배구 무대를 누비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