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대 합격' 현수막 여전…결혼정보회사는 대학별 등급 부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입시경쟁 과열…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일부 사립 고교와 학원들이 당국의 금지에도 여전히 'XX대 합격' 식의 현수막을 게시해 입시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결혼정보회사는 여전히 출신학교별로 점수나 등급을 부여해 회원들을 연결해주면서 학벌 차별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지난 2∼3월 졸업·입학 시즌에 서울·경기지역의 학교와 학원들의 합격 홍보물 게시 실태를 점검한 내용을 11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은 "일부 학교, 특히 사립학교들이 여전히 합격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며 "서울교육청과 전북교육청이 조례를 제정해 학교와 학원을 지도·감독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여전히 합격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사립 여고는 학생의 실명과 함께 '서울대 수시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했고, 또 다른 사립고는 주요 대학들의 이름에 합격자 수를 병기한 게시물을 내 걸었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합격 현수막을 내건 학교 측에서는 '다른 학교도 그렇게 하고 있어 우리도 했다'는 식으로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며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현수막을 내리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학원은 더 심각했다. 학교 대비 학원가의 대학 합격현수막은 아홉 배 가량으로, 특히 교육청의 관리·감독이 엄격하지 않은 지역은 졸업시즌에 학원가가 합격 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사교육걱정은 학원 건물 외벽뿐 아니라 내부 게시판과 복도 벽면 전체에 합격자 정보를 게시하는 등 사교육 과열을 조장하는 합격현수막을 100건 이상 적발해 시정 요구했다.

결혼정보회사의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교육걱정이 파악한 결과, 한 결혼정보회사는 출신학교에 따라 등급을 적용해 15등급까지 점수를 매기고, 학벌과 부모의 출신학교, 재산을 포함해 사람을 점수화하는 등 다양한 차별 기준을 내걸었다.

남자의 경우 서울대가 25점이면 지방 사립대는 5점, 여자는 서울대와 이화여대가 10점이면 지방 사립대는 3점 등의 점수를 부여는 결혼정보회사도 있었다.

대학 합격자 축하 홍보 현수막의 경우 200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른 학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처음 자제를 권고한 이후 수차례 인권침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후 일부 시·도 교육청이 이를 수용해 금지 또는 자제를 지시했으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걱정은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규제가 약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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