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는 1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6~27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 공원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평화 공원은 1945년 미국 원자폭탄 투하로 숨진 희생자 14만명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이번 방문이 성사되면 원폭 투하 71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현직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이 된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속적인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하며 미국과 일본이 모든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피폭지에서 세계를 향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방문은 미국이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했던 유일한 나라로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가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는 오랜 개인적 약속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방문과 관련해 양국 사이에 강력한 이해가 있었다"며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와 존 케리 국무장관이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원폭 투하는 일본이 야기한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의 희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자칫 원폭 투하에 대해 일본에 사과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것을 우려해왔다.
그러나 재임 이후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기’ 비전을 전 세계로 확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가 비핵화 의제를 강조하기 좋은 장소라고 판단해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에서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일본 정부는 G7 정상회의에 맞춰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별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국제적 도전 과제와 경제, 안보에 관한 양자 협력 강화 등 미일동맹을 진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