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의학 국제화와 해외 환자유치를 위해 광고를 해오던 복지부에서는 공항공사의 다분히 즉흥적인 처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메르스 파동 등으로 한의학 해외환자 유치가 만 3천명에 그치자 올해는 만 8천명 유치를 목표로 홍보와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정과제인 '한의학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 '글로벌 헬스케어', '한의학 홍보'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어떻게 하면 외국인 환자유치 홍보에 제일 좋을까'를 고심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 관광객 등의 입국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 인천국제공항내에 홍보를 하면 제일 효과적이라고 판단 지난해 9월부터 미디어월 등 5곳을 확보해 홍보에 들어갔다. 미디어 월은 국제선에서 내려 출국장으로 향하는 벽면에 위치해 있다.
수 많은 입국자들이 입국하면서 접하게 되는 '미디어 월'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음식이나 문화 등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홍보가 이 곳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의 갑작스러운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놓고 말았다. 인천공항 밀입국사건이 잇따르자 황 총리는 지난 1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현장실태점검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보안이 뚫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질타하면서 공항을 돌아보다 광고와 관련된 한 마디를 불쑥 내뱉었다.
"공항내 홍보시설의 조명이 어둡고 외국인에게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공항 방문의 목적이었던 보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총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공항내 미디어월등 홍보시설 조명과 시설, 콘텐츠에 대한 개선작업에 착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홍보내용도 모아서 6개 테마로 바꾸는 등 다음달까지 정비를 마칠 계획을 세웠다.
공항공사의 윗사람 눈치보기에 보건복지부의 한의학 외국인 환자유치와 글로벌 헬스케어, 한의학 홍보를 위한 첨단 미디어월 홍보판과 또다른 부처 관련 문화 홍보판 등이 뜯겨지게 됐다.
문제는 공항 입국 통로의 무빙워크 옆 등에 설치된 한의학 홍보 미디어 월이 걸으며 15~31미터까지의 벽에 다양한 영상과 내용이 구현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첨단 홍보물이라는데 있다. 그만큼 낭비요인이 크다는 말이다.
모니터 55인치 크기 22장이 연결된 15미터 짜리 미디어월과 36장이 연결된 25미터 짜리, 45장이 연결된 31m 짜리 등 5개의 미디어월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홍보 영상이 외국인 입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공항의 명물로 꼽혔다.
보건복지부와 관광협회, 보건산업진흥원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을 하며 만들어 잘 운영되던 첨단 홍보물이 총리의 즉흥적인 지적 한마디, 공사의 무원칙한 총리 떠받들기(?) 오버액션에 허망하게 뜯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과 관광이 융복합되는 시대에 잘 만들어진 융복합 홍보물이 사라지게 됐다"며 "국정 중요과제 수행을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오히려 발벗고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 공항공사 담당 팀장을 몇번씩 찾아갔으나 만나주기는 커녕 일언반구 말도 없다"며 "인천공항공사의 갑질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인천공항공사 담당 간부는 "총리의 지적도 있고 내부 의견도 있고 해서 공항 홍보 시설과 내용에 대한 개편에 나선 것"이라며 "공항내 홍보를 위해 여러 군데서 요청이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