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친안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당직은 원외인사가 중용돼야한다"며 자신과 가까운 4선의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상록을)을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
안 대표의 '복심'으로 꼽히는 박선숙 사무총장은 총선 이후 안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지난 9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런 의사를 공식화했다.
박 총장에게 사의를 전달받은 안 대표는 지난 8일 김영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총장직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듭 사양했지만 안 대표가 계속 제안하셔서 '당에서 필요하다면 사무총장이 아니라 부총장이라도 하겠다'며 내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고위에서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정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에서 낙선한 의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주요 당직에 배치하겠다는 것이 안 대표 측의 설명이지만 당분간 당을 안 대표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속내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직후 안 대표를 따라나선 '창당 멤버'로 총선 과정에서 야권통합으로 당내 갈등이 격화됐을때도 안 대표를 강하게 지지하며 안 대표의 '신(新)복심'으로 떠오른 인사다.
전략홍보본부장과 국민소통본부장에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최원식(인천 계양을),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문 의원은 안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고 최 의원은 첫 당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안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38명의 현역 의원들이 1인 2~3역을 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현역들은 국회 일에 집중하고 가능하면 당직은 원외 인사들로 중용하는 것이 현재 국민의당이 처한 상황에 맞다고 본다"며 김 의원 등의 인선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호남 의원들은 '현역 총장론', '호남 총장론'을 언급하며 주승용 전 원내대표를 후임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호남 의원은 "당의 얼굴인 '사무총장'을 원외 인사가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다른 당직은 몰라도 사무총장은 현역 의원이 맞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재선 이상이 사무총장을 맡은 관례를 감안하면 호남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호남 출신의 당 관계자 역시 "우리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조건부 지지"라며 "승리에 도치되어 호남을 다시 홀대하면 호남은 다시 등을 돌릴 것"이라며 '호남총장론'을 제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주 전 원내대표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전 원내대표는 하마평에 대한 입장표명을 거부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호남 의원들의 의견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지만, 안 대표가 김영환 의원을 마음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총장직을 맡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인적자원이 적은 우리당은 당직에 원내보다 원외(인사)를 많이 활용하는 것이 우리당이 취할 길"이라면서도 "우리당 38명 의원들은 국회직·당직 겸직까지도 거의 하게 될 것"이라며 호남 의원 사무총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그는 또 "(사무총장 인선은) 더 논의해야 된다. 최고위 간담회를 갖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사무총장 인선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11일 사무총장 인선을 하겠다는 안 대표의 발언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호남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천정배 공동대표까지 사무총장 인선 등과 관련해 안 대표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임 사무총장은 김영환 의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9일 중국으로 출국했던 김 의원은 안 대표가 사무총장 인선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오는 11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