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안산 대부도 토막시신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된 인천의 한 빌라.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동네 주민 20여 명은 잔혹한 토막 살인범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피의자 조성호(30)씨를 태운 호송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조 씨는 회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었으며, 얼굴은 가리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조 씨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포승줄에 묶여 경찰들에 이끌려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주거지 안에서의 현장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조 씨는 피해자 최모(40)씨를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시신을 절단하는 과정을 덤덤하게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민 김모(51)씨는 "두렵기도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왜 하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다"고 말했다.
빌라 인근 슈퍼마켓 주인 장모(53)씨도 "사건이 처음에 났을 때 불안하고, 여기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여긴 잠깜 머물다 가는 외지인들이 많아 특히 젊은 여자들은 더 무섭고 불안해 한다"고 흉흉해진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주거지에서 45분여간 현장 검증을 한 조 씨는 최 씨의 하반신 시신을 유기한 안산시 대부도 불도방조제로 향했다.
불도방조제 입구에 도착한 조 씨는 렌트카 트렁크에서 두 개의 마대 자루 중 하나를 들어 배수구까지 걸어가 유기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재연했다.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호송차는 곧바로 상반신을 유기한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인근으로 방향을 돌렸다.
오후 12시쯤 두 번째 시신 유기 장소에 도착한 조 씨는 하반신 시신을 유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량 트렁크에서 나머지 마대를 꺼내 양손으로 쥐고 시화호 물가 쪽에 상반신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재연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조 씨는 형사들의 손에 이끌려 호송차에 태워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검증 내내 감정이 동요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하는 과정 등을 굳은 표정으로 비교적 자세하고 차분하게 재연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죽이려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죄송하다. 부모님 욕을 들었기 때문에 우발적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계획적인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시신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범행 후) 생각이 많았는데 유기 결정하고 난 후에서는 혼자 들기가 너무 무거워서 절단을 생각했다"며 "자수할 생각은 처음엔 있었는데 너무 겁이 많이 나서 자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이후 조 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거친 뒤 오는 13일쯤 조 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조 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1시쯤 함께 살던 최모(40)씨를 둔기로 내려쳐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안산 대부도 일대 두 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