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 경찰서는 패션그룹 형지(이하 '형지')의 쇼핑몰 '바우하우스 인 부산'의 건축 허가 승인이 이뤄지기 전인 지난 2013년 12월 4일, 사하구청에 쇼핑몰 건설로 인한 심각한 교통난이 우려된다며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다.
당시 경찰은 구청에 보내는 공문을 통해 "쇼핑몰 부지의 이면 도로에는 평소에도 불법주차가 많아 차량 교행이 어렵다"며 "큰 도로변에 위치한 진출입로를 개설하거나, 도로 폭을 확장 또는 시행사가 주변 건물을 매입해 주차 공간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지금의 형지 쇼핑몰은 실제 사용 폭이 6m에 불과한 건물 뒤쪽 이면 도로에 양방향 차량이 오가도록 출입구를 설계해 건설 중이다.
특히, 사하 경찰서는 공문을 보낸 얼마 뒤 17일에 열린 건축심의위원회에 참석해 "하단 119 안전 센터 옆 이면 도로를 통해 쇼핑몰을 오가는 차량 소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이면 도로는 소방 도로이자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긴급 차량 통행이 자유로워야 하는 곳이지만 쇼핑몰이 들어서기 전부터 좁은 도로 폭으로 인해 애로 사항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날 심의위원회에 함께 참석한 사하소방서도 "쇼핑몰 일대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이면 도로를 통해 고가사다리 차나 굴절차 활용이 어렵다. 정말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관기관이 형지의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갈 경우 일대 교통난은 물론 안전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구청 측은 근본적인 대안을 확보하지 않은 채 건축 허가 승인을 강행했다.
이달 초 열린 사하구 의회 임시회의에서 쇼핑몰 준공 전 확실한 교통대책을 수립하라며 구청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전원석 구의원은 이날 '5분 발언'을 통해 "지난 2013년 열린 건축심의위원회에서 당시 건축심의 위원이었던 사하 경찰서와 소방서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청은 별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평가해 심의를 종결했다"며 구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지금 사하구에서는 법적 요건에만 맞으면 무조건 건축 허가를 내줘 얼마나 많은 건축 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냐"며 "이경훈 구청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이 쇼핑몰 준공 전에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구청 측은 최근 뒤늦게 시행사에 교통 흐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 담당 공무원은 "형지 쇼핑몰 허가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뤄진 만큼 건축 승인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다만 민원이 제기돼 시행사 측에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상태이다"고 말했다.
형지는 이에 따라 3년 전 실시한 쇼핑몰 주변 교통 영향분석을 전문기관을 통해 재실시 하기로 결정하고, "5월 말 중에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받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쇼핑몰 인근 상인과 주민으로 구성된 '형지그룹·CJ 건설 하단동 공사 피해 대책 위원회'는 "시행사와 구청이 승인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하지만, 2013년 실시한 교통 영향 평가를 다시 분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아예 건축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하 경찰서는 형지 쇼핑몰의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부산CBS‧노컷뉴스, 2016.05.09, "패션그룹 '형지' 쇼핑몰 '교통평가' 부실 의혹, 경찰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