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중인' 문재인·손학규, 조심스런 대권행보

文, DJ생가 이어 전주 잠행…孫, 5.18 행사 뒤 일본행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손학규 전 상임고문 (사진=자료사진)
20대 총선 이후 야권 잠룡들이 동시에 칩거 중이다. 야권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향한 물밑 움직임은 분주하다.

지난달 27일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 문 전 대표는 당분간 여의도에 올 계획이 없다는 게 복수의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국회는 짐 정리하기 위해 한 번 정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총선에 불출마한 만큼 자칫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지인들과 "남원 실상사까지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며 시 두 편을 올렸다. 더민주 도종환 의원의 '여백'과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였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견해를 밝혀 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문 전 대표는 당내 이견이 분출한 '김종인 체제'가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로 연장된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또 4.13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반(反) 문재인 정서'를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문 전 대표는 칩거 중에도 부지런히 호남을 잠행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전남 하의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가를 전격 방문한 데 이어 이달 9일에는 전주를 찾았다. 호남 민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총선 다음날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행보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과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5월 23일)에도 참석한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구원 등판 요청을 고사했던 손학규 전 고문도 여전히 강진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공식 일정이 많아지면서 사실상 '한발은 정치 쪽에 담그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손 전 고문과 가까운 한 인사는 "총선 과정에서 측근들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것은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더민주 이찬열 당선자를 지원하면서 "우리 정치가 우물에 빠진 개구리 같은 형국이라 어떻게든 절벽이 아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정치를 바꿔서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는 데 앞장서 나가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발언을 극히 자제했던 손 전 고문은 시간이 갈수록 '여의도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정계 은퇴를 했다'며 더민주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은 손 전 고문도 본격적인 행보를 위한 적절한 시간을 탐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전 고문은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나 야권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승부수를 띄울 공산이 크다.

그의 측근인 더민주 김병욱 당선자(분당을)는 언론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는 야권 통합을 하는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다. 게이오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한 초청 강연을 위해서다.

한 측근은 "일본에서 돌아온 다음날이어서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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