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노래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고, 중학생 때부터 실용음악학원을 다녔어요. 피아노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 곡을 쓰고 싶어지더라요. 특히 토이 음악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고, 토이처럼 1인 프로젝트그룹으로 활동하는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죠."
실용음악학과에 진학,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한 그네는 2014년 발표한 첫 EP 앨범 '캠퍼스;(Campus;)'로 첫발을 내디뎠다. '개강', '빈 강의실', '종강' 등의 곡으로 캠퍼스의 낭만과 잔상을 감성적인 멜로디와 노랫말로 표현한 앨범. 직접 노래를 부른 곡은 타이틀곡 '그랬구나' 뿐. 토이가 그렇듯 대부분의 곡을 객원 보컬이 불렀다.
기획사 없이 홀로 발품을 팔아 완성한 첫 '작품'이었다.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그네입니다. 많은 사랑 얘기들을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개강을 하던 날의 설렘과, 종강을 하던 날의 아쉬움. 봄날의 햇살과,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 늦은 밤, 추억을 건드릴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길 바랄게요". 직접 적은 앨범 소개글에선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20대 청년의 진심이 느껴진다.
"직접 녹음실에 찾아가서 몸으로 부딪혔어요. 녹음도 처음이었고 믹싱, 마스터링 개념도 잘 몰랐죠. 녹음실 엔지니어 분들, 대학교 선, 후배, 그리고 동기들이 감사하게도 힘을 보태 주셨어요. 보컬 분들에게 MP3 파일을 직접 보내서 '노래를 불러봐 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한 경우도 많고요. 처음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아 앨범을 만들었다면 힘들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애초에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 작업을 했기에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해냈을 때의 기쁨이 그만큼 배로 컸죠."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SNS로 제 노래를 팬들에게 추천해주셨어요. 알고 보니 팬미팅에서도 언급을 해주셨더라고요. 제 이름이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큰 관심을 받게 되었죠. 얼떨떨했고, 제 이야기가 아닌 줄 알았어요. 많은 분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던 기회였고, 감사한 일이었죠."
그네는 갑작스럽게 조명을 받은 뒤에도 소신있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옛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뉴에이지 연주곡 '광교호수공원', 고백을 앞둔 여자의 솔직한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 싱글 '말할까'를 연이어 발표,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점차 굳혀 나갔다.
"그동안 EP 앨범과 싱글을 여러 번 발표했어요. 발표 당시에는 해냈다는 뿌듯함이 컸고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죠. 그런데 뒤돌아보니 완성도 면에선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번에는 제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노력했어요. 토이, 김동률 등 존경하는 뮤지션 분들의 음악을 듣고 '좋다'고 느꼈던 감정들을 되새기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했고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중앙도서관'은 그네가 가사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가장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낸 곡이다. 풍성한 사운드를 위해 리얼 스트링 녹음을 진행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터져 나오는 목관 악기와 금관 악기의 다이나믹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2번 트랙 '맺음 말', 3번 트랙 '책장과 책장의 사이'와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한다는 점도 놓치면 안 될 감상 포인트다.
"1인 프로젝트로 음악을 선보이는 분들이 많은데, 저 만의 차별점은 앨범에 이색적인 콘셉트와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첫 EP '캠퍼스;'는 대학 생활, 두 번째 EP '꽃이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꽃이 피어나는 개화 시기를 소재로 했었죠. 이번에는 책이라는 소재로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색깔과 느낌을 꾸준히 이어가려고 해요."
"눈에 띄는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신경쓰며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는 그네는 "표현하고자 했던 감성과 주제를 누군가 알아봐 주었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했다. "그네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초대해 정식 공연을 열어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처음 만들었던 자작곡이 '그네'였어요. 넌 그네 같아서 아무리 밀어내도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이 담긴 곡이었죠. 저도 음악 팬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다시 생각나고 찾아 듣고 싶어지는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