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 '형지' 쇼핑몰 '교통평가' 부실 의혹, 경찰 수사

인근 상인·주민 자체적으로 전문기관에 교통영향분석 의뢰…결과 가장 나쁜 "F"

부산 사하구에 건설 중인 한 대형 쇼핑몰이 교통영향평가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인근 상인이 자체적으로 전문기관에 평가를 의뢰했다. 왼쪽 2개는 시행사가 의뢰한 평가 보고서, 오른쪽 1개는 주민들이 의뢰한 평가 보고서(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건설 중인 한 대형 쇼핑몰의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시행사의 교통영향평가를 믿지 못하겠다며 최근 따로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는데, 쇼핑몰 시행사 측의 기존 평가보고서가 국토교통부의 지침을 어기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패션그룹 형지가 시행사로 사하구 하단동에 건설 중인 쇼핑몰 '바우하우스 인 부산'(시공사 CJ건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이번 수사는 쇼핑몰 인근 상인과 주민으로 구성된 '형지그룹·CJ 건설 하단동 공사 피해 대책위원회'의 검찰 고소에 따른 것이다.

대책위는 지난 2013년 시행사가 의뢰한 교통영향평가가 사업자를 위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3월 검찰에 당시 교통영향평가를 맡은 업체와 형지, 사하구청 담당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최근 대책위 관계자들을 두 차례 불러 사실 확인을 위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앞으로 교통영향평가 기관과 시행사 관계자 등도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우하우스 인 부산은 지하 8층, 지상 18층 규모의 서부산 최대 쇼핑몰로 준공이후 야기될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인해 인근 상인·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관련기사 부산CBS‧노컷뉴스, 2016.05.02, "서부산 문화인프라 구축은 좋은데, 교통은?")

패션그룹 형지가 사하구 하단동에 건설 중인 쇼핑몰을 둘러싼 이면도로에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유발될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왔다.(사진='형지 피해 대책위' 제공)
특히, 대책위는 "형지가 의뢰한 교통영향평가가 사업 승인을 위해 쇼핑몰 인근 이면도로의 혼잡한 교통 상황을 일부러 누락했다"며, 자체적으로 제3의 교통영향평가 전문기관에 기존 평가에 대한 분석과 쇼핑몰 인근 이면도로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준공이후 쇼핑몰 차량 출입구가 놓인 이면도로의 교통 흐름이 '아주 나쁨' 단계인 'F'로 나왔다.


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쇼핑몰 뒤쪽에 놓인 이면도로는 오후 7시 기준 한 시간에 최대 264대 차량의 흐름을 수용할 수 있는데, 쇼핑몰이 준공될 경우 605대의 차량이 통행할 것으로 예측돼 극심한 교통 혼잡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실시한 시행사의 교통영향평가 보고서는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담당자는 "형지가 건설 중인 쇼핑몰과 접한 이면도로 인근에는 이미 숙박시설과 많은 상점들이 즐비해 있어 이면도로 상황을 조사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은 데도 이 조사가 빠져있다"며 "기존 평가 보고서가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교통영향평가 지침 제7조 ④항에는 사업지구가 속한 블록 내 이면도로의 용량 등 교통 상황을 조사·분석하게 돼 있다.

또 쇼핑몰과 인접한 대형 건축물 2채에 대한 조사도 빠져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교통영향평가지침 8조 ②항에는 사업지구가 인접한 건축물이 5000㎡가 넘을 경우 해당 건축물의 주차 규모와 주차 방식, 진출입구 조사를 하기로 돼 있는데, 쇼핑몰 공사장 인근에는 1만㎡ 넘는 숙박시설과 전자관련 대기업 사옥이 있는데도 시행사의 교통영향평가 보고서는 이 부분을 누락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분석을 맡은 교통평가 전문업체는 지금의 상태로 공사가 완공돼 쇼핑몰이 올해 말 운영에 들어갈 경우, 쇼핑몰을 둘러싼 3개의 이면도로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난이 야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6m 폭의 좁은 이면도로에 차량이 양방향으로 통행하게 돼있어 보행자와 충돌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예측했다.

피해 대책위의 한 상인은 "교통영향평가만을 시행하는 전문기관이 정부의 지침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시행사가 의뢰한 기관에서 이면도로와 쇼핑몰 인근 대형 건축물 현황에 대한 조사를 왜 보고서에 싣지 않았겠냐"고 반문하며 "애당초 평가에 이 부분이 포함됐다면 건축 승인은 나지 못했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허가를 한 사하구청은 "허가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형지는 "쇼핑몰로 인한 교통난이 우려된다는 민원이 구청으로 접수 돼 교통영향분석을 전문기관에 다시 의뢰한 상태이고, 5월 중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대책위의 이번 보고서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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