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91) 할머니의 근황을 전하던 정동성 광주전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국장은 8일 이같이 말했다.
일본 강점기 중국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2004년 귀국한 곽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30일 폐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병원이 치료를 포기할 만큼 병세가 깊어진 곽 할머니는 오랜 요양원 생활을 정리하고 전남 담양의 40㎡(12평) 남짓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한 맺힌 생의 마지막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곽 할머니가 "집에서 죽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조카가 친자식이 없는 할머니를 위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고 수도시설이 있는 침상을 갖춘 거처를 마련한 것이다.
사정을 접한 광주전남 평통사,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매주 수요일마다 문안 인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평통사 등은 지난 3일 첫 번째 정기방문에서 곽 할머니와 2시간 가량을 함께 보냈지만, 할머니는 잠깐 앉아있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방문을 마치고 곽 할머니의 조카에게 십시일반 마련한 후원금과 생필품을 전달한 시민단체는 병간호 활동과 모금운동도 펼쳐나가기로 했다.
곽 할머니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지급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금이 나오고 있지만, 수년째 이어온 암 치료와 매회 30만원 가량 드는 온열치료, 24시간 필요한 간병인 등 조카에게 지워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카가 성심껏 마련한 숙소를 보다 안정적인 주거환경으로 개선하는 일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정동성 사무국장은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기억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는 일 또한 사회적 책무"라며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시민사회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할머니와 함께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공점엽(96) 할머니도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병마와 싸우고 있다.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군 위안부 피해자는 지난 3월 기준으로 238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44명이다. 40명은 국내에, 4명은 외국(일본 1명, 중국 3명)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