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체는 청와대 사주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지원으로 '관제데모'를 벌였다는 의혹 속에서 사무총장이 돌연 잠적하는 등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8일 어버이연합에 따르면, 올해 어버이날에는 이 단체에서 어떠한 행사도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버이날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국민에게 전파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6년 5월 8일 출범한 어버이연합의 회원들은 매년 이날에 맞춰 안보체험이나 거리집회에 참석해왔다.
이종문 부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원들에게) 연휴인 5일부터 8일까지는 쉬십시오' 하면 끝나는 것"이라며 "나머지는 자식들이 다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식들이 찾지 않는 대부분의 회원들은 어버이날 아무런 행사가 없다는 소식에 큰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씨는 "하필 공휴일이라 구청에서 노인들에게 매일 보내주던 도우미도 올 수 없게 됐다"며 "하루종일 아내 병수발 들고 TV나 봐야지, 뭐..."라고 말끝을 흐렸다.
모임에 나오는 게 삶의 낙이라던 홍모(87)씨는 "자식들하고는 연락 자체를 끊은 지 오래됐고 이젠 보고 싶지도 않다"면서 "여기(어버이연합)가 쉬면 외롭지만 집에 드러누워 하루종일 잠이나 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많을 때는 하루에 2번씩도 시위에 나갔다는 천모(82)씨 역시 "특별히 갈 데가 없어 어디 가서 엿장수나 한번 해볼까 한다"고 말하고, "여기 있는 어르신 중에는 자녀들과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씁쓸해했다.
앞서 어버이연합의 한 간부는 지난달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한 다세대주택 월세방에서 숨진 지 한달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숨진 김모(85)씨는 지난 3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한달만에 병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가족들과의 교류는 전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평구청은 최근 김씨 슬하의 2남 1녀중 한명과 연락할 수 있었지만 그가 경제적 이유로 시신 인계를 거부해 조만간 무연고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어버이연합 핵심 관계자들이 전경련 등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이처럼 갈 곳 없는 회원들은 올해 최악의 어버이날을 맞게 된 것.
어버이연합 서울지역 한 지부장은 "결혼을 못해 혼자 생활하면서 연금만으로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외롭고 적적할 텐데 그런 모습 볼 때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