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의 허풍일까? 확산되는 '정운호 게이트'

법조로비 의혹서 시작해 정관계로 불길 번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법조로비 의혹에서 출발했으나 기업로비 의혹이 불거지더니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정운호 대표가 사업을 할 때마다 동원했던 브로커들이 자신의 위치를 과장하면서 의혹이 실체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걸 전 국방부 차관은 6일 “저는 한모씨와 중학교 동창인 것은 사실이지만 납품을 주선하거나 금품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거론된 한씨는 정운호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을 군 매장에서 팔 수 있도록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의뢰했다는 인물이다.

전날 구속된 한씨가 이 전 청장을 상대로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 전 청장이 로비와는 전혀 관계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씨는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씨가 롯데 신격호 명예회장이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통해 입점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한씨와 신 이사장이 아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입점 로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0년 롯데면세점 본점에 입점했다.

또 다른 브로커 이모씨도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이씨는 현재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으나 며칠째 행적을 감추고 있는 상태이다.

이씨는 정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이 서울지하철 화장품 매장 사업에 진출하는데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로비 때문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이 지하철 매장 진출에 성공한 점에 비춰보면 이씨가 로비 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9억원의 행방이 서울시나 서울메트로 등으로 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이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에 이씨가 있기 때문이다. 100억원대의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이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L부장판사를 접대했다. L부장판사는 직후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 재판부가 바뀌기는 했지만 법조 로비 정황은 드러난 것이다.

이씨는 또 고교 선배로 검사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인 H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1심보다 낮은 구형을 하자 H변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H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3년 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도 무혐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의심받았지만 H변호사는 모두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서울지방국세청 관할 세무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H변호사의 수임내역에 관한 자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경찰이 공식 부인하기는 했지만 일부 경찰관들이 사건 무마의 대가로 지하철 화장품 매장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경찰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이다.

심지어 이씨가 지난 2014년 당시 청와대 수석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는 말을 했고, 검찰은 이같은 내용의 녹취록을 확보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커로서 자신의 위치를 부풀리려고 허풍을 떤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된 이상 검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와의 수임료 갈등 때문에 불거진 사건이 법조 기업 군납 로비 의혹에 이어 현 정권의 청와대 고위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게이트 급으로 부푼 셈이다.

반면 정 대표가 브로커의 말만 믿다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대표는 지난 2010년 서울메트로 상가 운영권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다면 브로커 김모씨에게 140억원을 줬다 이 중 20억원을 가로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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