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총명주사, 책상용 CCTV…사랑이란 이름의 학대

가정의 달, 이것이 빗나간 자녀사랑입니다!

-시험 앞두고 '총명주사' 맞혀
-아이방에 CCTV, 원격감시
-독서실 이용기록 실시간 전송
-줌인 CCTV로 태도 깨알분석
-학생들 "나보단 부모위해 공부"
-부모의 일방적 자식사랑은 독재
-내 사랑 방식 문제없나? 점검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권기자.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훅뉴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서 관련된 주제를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 권민철> 어제 어린이날, 오늘 임시공휴일이죠. 가족끼리 나들이들 하고 계신 분들 많을 텐데요. 이렇게 가족끼리 모여 있을 때 한번쯤 같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 준비했습니다. 먼저 준비된 음향부터 들어보시죠.



◇ 김현정> 자신감에 취해서 뿌듯해 한다. 앞에건 공부에 지쳐 있는 학생이고, 뒤에건 그런 자녀를 둔 부모 목소리네요.

◆ 권민철> 아이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부모들이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 아닌가 싶어요, 아이는 힘들어하는데 부모는 자꾸 압박하면 그건 학대나 다름없겠죠. 오늘 훅뉴스는 공부라는 포장 뒤에 숨은 새로운 유형의 자녀 학대 논란 속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 김현정> 아이들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첫 번째 사회문제이죠. 그런데 오늘은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교육 실태를 취재한 거군요?

◆ 권민철> 우선 취재하면서 제일 쇼킹 했던 건, 아이들 학습능력 높인다며 아이들에게 주사를 맞히는 일이었습니다.

◇ 김현정> 주사를요?

◆ 권민철> 네, 학습능력 높인다면서요. 부모들 손에 이끌려 주사를 맞는 모습 한번 상상해 보시죠. 웬만한 가정의학과나 한의원이면 거의 취급하고 있는 걸 보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거 같습니다. 강남의 한 병원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일반적으로 총명주사라고 불러요. 뇌 활성화 주사를 도와드려서 시험 보실 때나 이럴 때 조금 도움을 받게 해주는 거고요. 이것만 단품으로 맞지 않으시고 비타민C도 같이 맞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도 보완을 해드리고요. 보통 두팩에서 세팩정도 맞으세요. 가격은 정확하지 않지만 15만원 전후, 20만원 전후 정도에요.

◇ 김현정> 20만원 정도인 총명주사? 이게 뭘 로 만들어졌나요?

◆ 권민철> 혈류를 개선해주는 비타민 같은 게 들어가 있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자신만의 특효약으로 지어 만드는 수액주사 같은 거군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걸 한번 맞는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 권민철> 한번은 아닌가 보더라. 여러번 맞는 경우 할인하는 별도의 패키지 상품이 있어요. 또 다른 병원 설명도 들어보시죠.

시험 앞 두고 시고는 두달 전부터 시작해서 맞는 게 좋으시고요. 일주일에 주 2회 정도 받으시고, 3주부터는 주 1회 정도 맞으시는 게 가장 좋긴 하세요. 원래 저희가 한 번 맞을 때 10만원이신데, 3회권 5회권 맞으시면 할인해드려요.

◇ 김현정> 방송이 이런게 있다고 약간 홍보해 주는 꼴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데, 그런 건 아니구요 여러분. 그런 걸 짚어보자는 차원입니다. 근데 이게 의학적으로 검증된 건가요?

◆ 권민철> 전문가들 이야기론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말씀 드린대로 대개 비타민 성분인데, 몸에 흡수되는 양은 미미하고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합니다. 다만 효과를 봤다는 분도 있나본데요, 그건 아마 플라시보 효과인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이런 걸 지금 누가 맞는다는 건가요?

◆ 권민철> 중고등학생도 있지만 대개는 초등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초등학생요? 부모들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 이걸 그럼 평상시에 맞습니까?

◆ 권민철> 아니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맞는다고 하는데요. 중고등학생들은 내신 부담이 크잖아요? 그래서 학교 시험 앞두고 맞는다고 하고요, 초등학생들은 경시대회 같은 거 앞두고 맞는다고 합니다.

◇ 김현정> 초등학생들이 경시대회를?

◆ 권민철> 경시대회 같은 수준 높은 문제가 나오 잖아요. 그런 문제를 풀 줄 알아야 영재교육 과정에 머물 수 있으니까. 그렇다는 겁니다. 설사 중학교 가서도 영재교육 과정에서 낙오했다고 쳐도 일반고 가더라도 해놓은 공부는 선행학습처럼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성과가 없더라도 일종의 투자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 김현정> 아까도 우리가 자녀 학대라는 말 썼지만, 사실 자녀학대가 육체적으로 폭행해야만 하는게 학대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스트레를 주는, 이렇게 공부라는 이름의 가해지는 자녀학대도 분명 존재하는 거에요.

◆ 권민철> 맞습니다. 주사 맞히는 것 뿐 아니라 지능적으로 아이들을 감시하는 방법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한 세상입니다.

◇ 김현정>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다고요?

◆ 권민철> 가령 집에서는 아이들 방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나봅니다.

◇ 김현정> 부모가 외출해도 그걸로 모니터할 수 있도록?

◆ 권민철> 그렇죠. 한 학습지 교사의 경험담 들어보시죠.

아이가 장난하다가도 ‘엄마가 다 보고 있는데’라고 이야기 하면. 말썽 피다가도 자제하고 이러더라고요. 아이들 혼자만의 자력, 이런 거를 오히려 더 방해하는 거겠죠. 자기가 상황을 판단하고 자기 스스로 자제를 하고 이래야 되는데 누군가 보고 있으니까 엄마가 보고 있으니까 행동을 멈추는 이런 것들이 안타깝게 보이더라고요.

◇ 김현정> 수용소입니까? 이렇게 감시받는 환경에서 자라는 거, 이 건 아니잖아요.

◆ 권민철> 그런데 학생들이 감시되기는 집 밖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고등학생되면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응답하라 1988' 보면 독서실 장면 많죠?

◇ 김현정> 추억들 많이 떠 올렸을 거에요.

◆ 권민철> 지금의 독서실은 그야말로 유리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유리벽이라니요?

◆ 권민철>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부모들에게 전달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 김현정> 그건 또 무슨 시스템입니까?

◆ 권민철> 본인 인식 시스템으로 확인해서 아이가 독서실에 몇시에 들어가 몇시에 나가는지 그 정보가 부모들 스마트폰으로 고스란히 전송이 된다고 합니다. 목동의 한 독서실 직원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출입문 들어올 때 카드를 찍고, 좌석 선착할 때도 카드를 찍으셔야 해요. 카드를 찍은 시간부터, 나갈 때는 퇴실로 체크가 되는데, 그때까지의 시간을 저희가 공부한 시간으로 봐서, 자동으로 피시에 입력돼요, 얼마나 공부했는지. 그렇게 해서 전송을 하죠. 등록한 번호로. 문자로 언제 입실했고, 언제 퇴실했는지를 문자로 보내드려요.

◇ 김현정> 최첨단 감시 시스템이네요. 여기도 CCTV로 모니터를 하는 곳이라는 거죠?

◆ 권민철> 물론이다. CCTV 뿐 아니라 다양한 IT기술을 접목시켜 아이들을 관리해주는 독서실도 많습니다. 그래서 독서실이라는 간판보다도, **랩(LAB), **라운지(LOUNGE)라는 간판을 단 독서실도 많습니다. 이런 데는 아이들 공부를 모니터한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부모에게 전달한다고 합니다. 주간단위 또는 월간 단위로요. 또 다른 독서실 직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이 한 주 동안 공부를 어떻게 했고, 이번 주는 어떤 걸 중심으로 계획을 짤 거고, 학생이 공부할 때 어떻게 집중하고 습관이 뭔지를 CCTV로 저희가 항상 봐요. 그렇게 공부하는 방법이 어떤 지에 대한 보고가 한 번씩 들어가요. 상담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여기서 열심히 하려는 애들만 있기 때문에, 상담을 하고, 와도 좋을지 안 와야 할지는 저희가 다 판단을 해요.

◇ 김현정> 와, 이렇게 되면 친구와 잡담하고 쪽지 주고 받고 하는 건 상상도 못하겠네요?

◆ 권민철> 그게 또 CCTV가 줌인 기능이 되는 게 있잖아요? 당겨볼 수 있는, 그런 기능을 갖춘 CCTV를 두고 무슨 책을 보고 있는지 아주 정밀하게 감시한다고 합니다.

◇ 김현정> 낙서를 하는지 안하는지?

◆ 권민철> 네. 또 개인별 공부시간을 집계해서 '실적왕'을 선발하는 곳도 있고요.

◇ 김현정>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사육된다는 느낌마저 드는데요.

(사진=자료사진)
◆ 권민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 저도 그 시절을 겪긴 했지만 불행하고 딱하다는 생각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죽도록 공부하는 이유, 대체로 부모들 때문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한번 들어보시죠.



◇ 김현정> 이 학생들 고등학생들이죠? 고등학생 쯤 되면 보통 알아서들 공부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 의존해서 이거해라 저거하지 마라 이렇게 살아오다보니 공부의 목적도 부모를 위해서 그렇게 되버린 거에요?

◆ 권민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그래서 나오지 않나 생각돼요. 부모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서 생기는 좌절감 때문에요. 그런 뉴스는 우리가 심심지 않게 미디어 통해 들을 수 있지만, 저 역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도 들어보시죠.

생각만 했지, 실행을 한 적은 없는데. 그냥 집중이 안 될 때는 맨날 생각합니다. 집중이 안 될 때는 내가 왜 이딴 식으로 사는 지. 성적 나오는 날엔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우리 아이들 마음속이 정말 이렇구나 생각 하니가 정말 마음이 아프고요. 부모들의 과도한 욕심, 집착 이런 게 아이들을 궁지로 내모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네요.

◆ 권민철> 맞아요. 부모들은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를 사랑해서 그렇게 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이 불행하면 안 되겠죠. 특히 자식에 대한 사랑은 맹목적, 일방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그러면 사랑이 아니라 독재이고 제약일 겁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 의원의 설명 들어보자.

"부모와 자식간 사랑을 보면 자식이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는 자기방식대로 사랑을 강요할 수 있어요. 그러기 때문에 부모 자식간 사랑일수록 내 사랑 방식이 아이에게 과연 적절한지, 우리 아이가 내 사랑을 받고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부모는 모니터하고,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사랑을 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 아동 행복지수는 OECD국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죠.

◆ 권민철> 6년 연속 최하위권 면치 못하고 있죠.

◇ 김현정> 아까 에리히 프롬의 이야기죠. '오늘 나의 사랑이 자녀에게는 독재가 될 수 도 있다'는 말이 와 닿네요. 가정의 달 맞아서 자식에 대한 사랑,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셨으면 좋겠다는 이런 말씀 드리면서 오늘 훅뉴스, 권민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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