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영남(성우 인생 50년)
◆ 박영남> 여러분, 안녕. 머리는 감자머리에다가 눈썹은 송충이 눈썹. 그런데 나는 특히 글래머 누나 좋아하는 짱구예요.
◇ 김현정> (웃음) 와, 어서 오세요.
◆ 박영남> (웃음)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바로 이 목소리.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 박영남> 똑같았어요?
◇ 김현정> 정말 똑같은데요. 특히 글래머 누나를 좋아한다는 그 부분.
◆ 박영남> 아빠 닮아가지고.
◇ 김현정> 바로 이 분. 70년대에는 우주소년 아톰이었고요. 80년대에는 개구리 왕눈이. 아기공룡 둘리였고. 90년대에는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 2000년대 지금 들으신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당대 최고의 만화캐릭터들을 소화해 온 국보급 성우입니다. 박영남 씨. 박영남 선생님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정식으로 인사하죠. 어서 오십시오.
◆ 박영남> 안녕하세요. 아역을 주로 한 성우 박영남입니다.
◇ 김현정> 지금 저는요. 소개를 하면서도 제가 놀란 것이 아톰부터 지금 방영이 되고 있는 짱구까지를 다 하셨어요. 그러면 데뷔를 언제 하셨어요?
◆ 박영남> 그러고 보니까 진짜 많이 했네요.
◇ 김현정> 많이 하셨어요.
◆ 박영남>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제가 66년도부터 해서 2016년까지 반세기네요.
◇ 김현정> 반세기.
◆ 박영남> 50년.
◇ 김현정> 딱 50년 되셨어요, 정말. 5살짜리 짱구 역할을 지금 칠순되신 박 선생님이 도대체 어떻게.
◆ 박영남> (웃음) 어머, 점잖게 웃어야지. 내가 왜 이럴까.
◇ 김현정> (웃음) 어떻게 그 목소리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세요?
◆ 박영남> 짱구를 하도 오래 하다 보니까요. 진짜 내가 짱구가 된 듯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덜 늙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 있죠.
◇ 김현정> 지금 조금 덜 늙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지금 제가 옆에서 뵙고 있는데. 정말 나이보다 30년은 젊어 보이세요.
◆ 박영남> 어머. 너무 했다.
◇ 김현정> 정말, 정말 놀라우세요. 이게 동심의 힘입니까?
◆ 박영남> 네. 정말이에요.
◇ 김현정> 이 젊음의 비결. 그러면 평소에 말씀하실 때도 그 캐릭터의 목소리가 막 툭툭 튀어 나오고 그래요?
◆ 박영남> 툭툭 튀어나와요.
◇ 김현정> 나와요?
◆ 박영남> 왜냐하면 하도 오래 하다 보니까.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떻게.
◆ 박영남> 일전에는 아파트에 입주들 하면 각처에서 막 벨 누르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이럴 때 내 캐릭터를 좀 써 먹어야겠다’ 그래 가지고 벨을 누르길래 “누구신데요?” 그랬더니 “아, 엄마 계시냐?” “엄마 안 계신데요.” “그러면 언제 들어오시냐.” “나 그런 거 몰라요”. 입주하면 맨날 여기 집 하자 보러 왔습니다, 신문 보십시오. 음료수 드십시오. 아유, 진짜 골머리 아팠어요.
◇ 김현정> 그럴 때 이용을, 활용을.
◆ 박영남> 그때 써먹었어요. 그랬더니 아주 쉽게 넘어갔죠.
◇ 김현정> 아니, 가족들한테도 혹시. 가족들은 성우라는 것 다 알고.
◆ 박영남> 아, 우리 손주를 낳았을 때 애기 때 할미, 할미 이러잖아요. 그런데 같이 놀자. 나 할머니인데 왜 전화 했어? 나 너무 보고싶어. 이랬는데 걔가 지금 16살이 됐습니다.
◇ 김현정> 벌써 16살. 어렸을 때 손주들은 정말 좋아겠어요. 만화캐릭터하고 항상 대화를 하면서.
◆ 박영남> 그러니까 걔가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자라면서 아, 우리 할머니 최고. 아, 그러니 이렇게 나를 최고라고 생각하고 나를 국보급이라고 칭찬을 해 주는데. 왜 안 좋겠습니까?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 같고 정말 신나게 삽니다.
◇ 김현정> 정말 일을 사랑하는 분이구나.
◆ 박영남> 당연하죠.
◇ 김현정> 이런 느낌이 저도 오고,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박영남 성우, 박영남 선생님 지금 만나고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일을 사랑하던 분이 4년 전에 잠깐 내려 놓으셨어요, 일을.
◆ 박영남> 네. 만성위염이 생긴 거예요.
◇ 김현정> 위염이.
◆ 박영남> 헛구역질이 자꾸 나고. 같이 녹음을 하다 보면 흐름을 끊으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영남> 쫙 그 감정을 그대로 가야 되는데. 나로 인해서 흐름을 끊으면 너무 미안해요, 후배들한테.
◇ 김현정> 협동작업이니까.
◆ 박영남> 그래서 안 되겠다. 이번만 내가 빠지겠다. 그랬더니 인터넷에 사망설이다, 은퇴설이다. 이래 가지고 너무 속상했어요.
◇ 김현정> 술렁술렁했어요. 그런데 지금 속상하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그걸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박영남 씨의 목소리를.
◆ 박영남>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성우 박영남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팬들도 많았다는 얘기죠.
◆ 박영남> 그거로 위안을 삼고 힘을 얻어서 정말 일어난 거예요. 왜냐하면 댓글이 무지 많이 올라왔어요. 내 목소리를 들으면 엔돌핀이 돈다는 거예요.
◇ 김현정> 야, 이것보다 더 좋은 얘기가 어디 있어요.
◆ 박영남> 이 말 한마디가 나를 살린 거예요. 하여튼 너무 감사해요.
◇ 김현정> 팬들의 사랑.
◆ 박영남> 그 말 한마디가 정말 나를 살렸어요.
◇ 김현정> 지금 우리 박영남 선생님께서는 팬들이 나를 살렸다고 하시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나의 동심을 깨워준 사람. 나를 살려준 사람이 성우 박영남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거예요.
◆ 박영남> 어찌됐든 용기와 힘을 주고 그 엔돌핀이라는 소리 때문에 내가 박차고 일어났어요. 이 가슴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더라고요. 그랬더니 하루아침에 싹 나은 기분. 정말.
◇ 김현정> 세상에, 약이 따로 없네요.
◆ 박영남> 탁 박차고 올라온 거예요.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 박영남> 아이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우리가 지금도 짱구 박영남. 박영남 짱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죠.
◆ 박영남>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린이날에 소박한 특집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만화영화 주인공의 목소리를 지금까지 담당해 온 그 분. 성우 박영남 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귀한 분을 모셨으니까 한번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쭉 좀 훑어보고 싶은데. 추억의 만화영화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좀 소환해 보겠습니다.
◆ 박영남> (‘우주소년 아톰’ 주제곡 흐르면서 아톰 목소리) '네. 강 박사님, 부르셨어요? 아톰이에요. 갈게요. 이얏!'
◇ 김현정> 야, 아톰이 나왔습니다. 우주소년 아톰. 이게 1970년대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그 만화예요. 이때만 해도 모든 세대가 TV를 다 갖고 있지는 않았잖아요.
◆ 박영남> 이 시간만 되면 텔레비전 있는 집에 다들 모여서 많이 봤던 기억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 김현정> 이 아톰 할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 건 없으세요?
◆ 박영남> 이 시대 때도 우주드라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영남> 그래서 굉장히들 많은 관심들을 가져주시고. 또 이 캐릭터 완구가 굉장히 많았었어요.
◇ 김현정> 그때도 아톰장난감?
◆ 박영남> 네, 그래서 시계도 아톰시계가 있고, 그래서 그때 제가 그 캐릭터 녹음을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박사님 이름이 강 박사 맞죠?
◆ 박영남> 네.
◇ 김현정> 세상에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아직도 박사님 성까지 기억하는 거 보면 우리가 정말 좋아했던 캐릭터인 것만은 분명해요.
◆ 박영남> 첫 번째로 애니메이션 했던 거기 때문에 당연히 기억해야죠.
◇ 김현정> 그러면 70년대 아톰에 이어서 80년대로 한번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만화영화 한국인이면 정말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 박영남> (‘개구리왕눈이’ 주제곡 흐르면서 왕눈이 목소리) ‘비가 오니까 아롬이가 너무 보고 싶어.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 아롬이 너는 뭐하고 있니? 보고싶어.’
◇ 김현정> 아롬이 어디 갔어요? 아롬이. (웃음)
◆ 박영남> 몰라요, 어디 갔는지. (웃음)
◇ 김현정> 개구리 왕눈이. 노래만 들어도 다 아실거예요. 이 노래는 주제가도 그렇게 히트를 했고요. ‘삘릴리 삘릴리.’
◆ 박영남> 맞아요, 맞아요.
◇ 김현정> 희한한 게 왕눈이 만화는 슬펐던 것 같아요, 기억에.
◆ 박영남> 굉장히 교육적이고 아이들한테 아이들 정서에 맞는 만화영화 였죠.
◇ 김현정> 맞아요. 권선징악이 아주 뚜렷했고요. 그 못된 두꺼비가 누구였죠? 투투?
◆ 박영남> 투투, 맞아요, 투투. 기억 잘 하시네요. (웃음)
◇ 김현정> 기억납니다. 투투, 아롬이, 왕눈이 이렇게 연못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였는데요. 1980년대에 집집마다 컬러TV가 나오면서 만화영화의 전성기 아니었나요?
◆ 박영남> 맞아요. 애니메이션의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봐야죠.
◇ 김현정> 컬러풀 하게 드라마가 펼쳐지니까 다들 정말 열광했던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왕눈이, 둘리 말고 또 담당했던 캐릭터 뭐 기억 나는 거 있으세요?
◆ 박영남> 독수리 오형제요.
◇ 김현정> 독수리 오형제, 독수리 오형제에서 뭐하셨어요.
◆ 박영남> 막내 역할을 했었죠.
◇ 김현정> 자, 이제 80년대를 지나서 이제 90년대로 한번 넘어가보죠.
◆ 박영남> (‘날아라 슈퍼보드’ 주제곡 흐르면서 손오공 목소리) ‘야야야, 저팔계, 사오정. 빨리빨리 서둘러라. 근두운 올라오고 있다! 우랑바리바라냐 무따라까 따라마꺄 뿌라냐! 하잇!’
◇ 김현정> 아니, 지금 끝에 뭐라고 하신 거예요? (웃음)
◆ 박영남> 주문했습니다. 근두운이 내려오니까, 다들 태우고 가야 되는데 저팔계, 사오정이 어찌 서로들 잘났다고 느릿느릿 하는지. (웃음) 정말 저팔계, 사오정 성우들도 연기 너무들 잘했습니다. 너무 잘했고. 이 분위기도 정말 세 사람이 호흡이 척척 맞았어요.
◇ 김현정>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호흡이 척척 맞았어요? 그러니까 성우들도 그 호흡이라는 게 분명 있군요?
◆ 박영남> 당연히 있죠. 그래야 이게 작품이 살아요.
◇ 김현정> 그래요? 정말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날아라 슈퍼보드’ 이게 우리나라 만화이기도 하고 제가 알고 있기로는 우리나라 만화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만화로 꼽힌 게, 날아라 슈퍼보드래요.
◆ 박영남> 그래요?
◇ 김현정>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거였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손오공 목소리가 또 우리 박영남 선생님 목소리셨던거죠?
◆ 박영남> 네. 이거 녹음할 때 정말 신났어요. 녹음 할 때가 기다려졌어요. 왜냐하면 물론 작품도 좋았지만 연기자들이(성우들이) 애드리브를 치는데 너무 잘 쳐줬어요.
◇ 김현정> 아니, 만화영화에도 애드리브가 있어요?
◆ 박영남> 아, 당연히 있죠. 왜냐하면 우리가 그림에 소리를 맞추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냥 ‘아휴’ 할 것도 우리 같이 호흡들이 잘 맞으면 ‘으얏! 아휴휴’ 이렇게 하는 거죠. 이게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거예요. 왜 다른 사람들은 뛰는 것도 ‘아자, 아자, 헉, 헉’ 이렇게 뛰잖아요. 우리는 틀려요.
◇ 김현정> 날아라 슈퍼보드 때는?
◆ 박영남> 저팔계, 사오정은 ‘허잇, 허잇, 아자, 아자자자자’. 손오공은 ‘헥,헥, 헥!’ 이렇게 다르게 맞춰주면서요. (웃음) 삼위일체가 됐었죠. 그래서 이거 녹음할 때는 기분이 참 좋았어요.
◇ 김현정> 이게 사랑받는 만화는 다 이유가 있는 거네요.
◆ 박영남> 다 각자 개성이 있었어요.
◇ 김현정> 각 성우들이 배역에 잘 몰입해서 더 잘됐던 ‘날아라 슈퍼보드.’ 그런데 이때의 90년대 만화들을 제가 떠올려보면 뭔가 좀 80년대에 비해서는 좀 SF적인 성격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캐릭터들이 좀 자극적이라고 할까요. 이런 게 있었죠?
◆ 박영남> 그래서 (날아서 슈퍼보드가) 시대에 아주 딱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모여서 한 번 입을 맞춰보고 녹음을 들어가는데, 이왕이면 조금 더 강하게 하자고 했었죠. ‘각 캐릭터마다 살려보자. 강하게 하자. 알았지?’ 그러면 ‘알았어요’ (웃음)
◇ 김현정>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그 캐릭터, 그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였습니다. 90년대를 이렇게 지나서요. 이제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는 ‘짱구는 못 말려.’ 였는데요. 지금 우리가 소개한 것 말고도 선생님 몇 가지 목소리나 내셨을 것 같아요. 50년 동안?
◆ 박영남> 안 세 봤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 50년 동안 거쳤을 많은 만화캐릭터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스러운 주인공, 가장 애착이 가는 주인공은 어떤 주인공, 어떤 캐릭터 세요?
◆ 박영남> 아무래도 짱구죠.
◇ 김현정> 역시 짱구입니까?
◆ 박영남> 짱구를 벌써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너무들 관심 가져주고 칭찬해 주고 나한테 힘을 주고 용기를 줘서 내가 금방 일어날 수 있었고요. 정말 짱구하고 이제는 정이 들어서 그냥 짱구하면 박영남, 박영남 하면 짱구 하듯이 제가 이제 몸에 뱄어요. 그래서 이날 이때까지, 방송 생활 50년이지만 그냥 ‘짱구처럼 살아요.’
◇ 김현정> 지금 그냥 인터뷰하는 평소 목소리도 이제는 짱구 같으세요. (웃음)
◆ 박영남>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웃음)
◇ 김현정> 그런 얘기 들으시죠. 정말 이제 짱구 하면 박영남, 박영남 하면 짱구가 될 정도로 20년을 사랑해 온 그 캐릭터입니다. 오늘 어린이날 이어서 우리가 이렇게 만화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선생님, 예전에 동심하고 지금의 동심하고 아이들 보면 어떤 생각 드세요? 저는 좀 불쌍한 생각도 들어요. 애들이 요새 너무 치어 가지고요.
◆ 박영남> 처음에는 정말 뭣 모르고 방송을 했을 때 그 당시엔 우리 어린이들을 봤을 때 순수했어요. 정말 순수했는데, 지금 이렇게 세대가 너무 변화다 보니까 불쌍해요. 학교만 다니면 됐지. 이거는 뭐, 학원, 뭐다, 뭐다, 뭐다... 보통 평균 세 가지 이상은 (사교육을) 하고 있대요. 다들?
◇ 김현정>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 박영남> 그러니 어린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너무 피곤에 지쳐 사는 것 같고 어린이날만큼은 쉬면서 즐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예요. 아마 오늘도 학원 가는 어린이들이 있을걸요?
◇ 김현정> 맞아요. 오늘도 있을 겁니다.
◆ 박영남> 아니면, 부모에 못 이겨서 나들이 갈 수도 있고요. 나들이 간다고 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우리 어머님들 아이들을 너무너무 피곤하게 하지 마세요. (웃음)
◇ 김현정> ‘사랑해 주세요. 울라울라~’ 짱구의 부탁입니다. (웃음)
◆ 박영남> 정말 사랑해 주십시오.
◇ 김현정> 그러게요. 예전에는 낮부터 땅거미질 때까지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와 들어와라 할 때까지 그냥 뛰어 놀았었는데요.
◆ 박영남> 줄넘기하고 공기놀이하고 그랬었죠. 지금 시대에 줄넘기하고 공기놀이하는 사람 있어요?
◇ 김현정>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죠.
◆ 박영남> 없어요. 시간이 없어요. 뭐 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다니죠. 그런데 그 열정을 가지고 다른데 좀 썼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너무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지는 말아라... 이 부탁을 성우가 아니라 한 어른으로서 하셨어요. 칠십 평생을 산 어른으로서 성인들에게 당부, 학부모들에게 당부를 하셨는데요. 지금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정말 어른들도 힘들어요. 하루하루 힘겹게 살고 있는 지친 어른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
◆ 박영남> 저도 마찬가지로 지쳤어요. 목 한번 뒤로 싹 돌려보세요. 뒤도 한번 돌아보시면, ‘아, 저런 세상도 있구나.’ 하실거예요. 그러고 사십시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어른들한테는 어떤 목소리로 힘을 주면 좋으실까요?
◆ 박영남> 손오공으로 해 드릴까요?
◇ 김현정> 그러면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 목소리로 한번 좀 힘을 주는 응원멘트 짧게 부탁드려요.
◆ 박영남> (손오공 목소리로) ‘저 손오공 감히 말씀드립니다. 제발 여유를 갖고 사시길 바랍니다. 피곤하면 안 돼요. 그 나이에 피곤하면 건강을 해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무조건 건강, 행복, 우랑바리바라냐 무따라까 따라마꺄 뿌라냐! 하잇!’ 기합 드렸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이 손오공의 기합을 받았으니 지금 우리 청취자분들, 이 방송 들으신 청취자 여러분들은 지치지 않고 여유 가지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영남> 건강하십시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가 어린이날 이어서 박영남 선생님을 이렇게 초대석에 모셨는요. 오히려 어른들이 힘을 많이 받은 느낌이에요. 동심으로 돌아가고요.
◆ 박영남>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돼서 말씀을 드렸어야 됐는데. (웃음)
◇ 김현정> 너무 즐거웠습니다.
◆ 박영남>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우리 마음 속의 둘리로 아톰으로 손오공으로 짱구로 영원히 남아주시기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영남>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성우 박영남 씨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