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자율협약 시작…풀어야 할 과제 산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대출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워크아웃보다 한 단계 낮은 구조조정 방식으로 채권단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공동관리에 들어간다.

산업은행과 농협, 우리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4일 오후 3시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개최한 '한진해운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절차(자율협약) 개시를 100%찬성으로 의결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자율협약은 이해관계자인 용선주나 사채권자 등의 동참과 얼라이언스 유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이라면서 "이 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5조6000억원으로 이중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이다.

협약채권액 비중이 낮으면 대개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를 받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 있는 만큼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가결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협약 가결로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출자전환이나 직접적인 자금 지원까지 보장받은 건 아니어서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이 관건

자율협약 결정으로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할 수 있게 됐고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경영정상화방안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은 이르면 다음주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선다.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들에게 연간 1조 원에 가까운 용선료를 내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이달 중순에 시한이 끝나는 현대상선은 현재 막바지 협상에 힘을 쏟고 있다. 일단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주가 많이 겹치는 만큼,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사정이 달라 설령 현대상선의 협상이 잘 마무리되더라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채권단이 추가적으로 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 유동성 확보도 시급하다. 오는 19일에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사장 등 임직원 임금과 복리후생비를 대폭 삭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내놨지만 채권단이 출자전환 할 때까지 필요한 약 5000억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이번 자율협약 개시로 첫 고비를 넘었을 뿐, 더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임원 급여를 최대 50%까지 반납하고 인건비를 10% 줄이겠다는 자구안도 내놨지만 앞으로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 등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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