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속인인데 한번 투자해봐" 사찰돌며 10억대 사기

호적 2개 사용하며 8년간 사기행각

부산 사하경찰서는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나이 많은 신도들에게 접근해 자신을 무속인이라고 속인 뒤 거액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정모(58·여)씨를 구속했다.


정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부산과 서울, 춘천 등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만난 60~70대 신도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경매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노인 11명에게 208차례에 걸쳐 1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사찰에서 만난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무속인이라고 사칭하며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실제 철학관을 차리는 치밀함까지 보이며 무속인 행세를 해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담당 경찰은 "정씨는 피해 노인들에게 '내 사위가 검사라서 법원 경매 계장들과 친하다. 나를 믿고 경매에 투자하면 된다'고 속였다"며 "피해자들은 절에서 만난 신도가 설마 사기를 칠까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피해를 본 노인들은 작게는 몇십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2억4000만 원까지 경매 투자금으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정씨가 8년가량 오랜 시간 동안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데에는 사망한 사촌 동생의 호적과 자신의 호적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기 때문이다.

정씨는 자신의 명의 이외에도 사촌 동생 명의로 사기를 치며 모두 5건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다.

정씨와 정씨의 사촌동생 지문 자료가 동일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의 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유사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주민등록제도 시행 전 출생한 사람들 중 1개 이상의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자가 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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