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 인프라 취약…52조원은 MOU 상의 숫자”

- 52조원은 MOU 상의 숫자일 뿐, 계약액과는 달라
- 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3일 (화)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곽수종 박사

◇ 정관용> 오늘 하루 주요 일간지 헤드라인 전부 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성과에 대한 이야기였죠. 경제, 문화, 북핵 이 세 가지 현안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특히 경제 문제에서 우리 돈으로 52조원에 달하는 수주에 발판을 다졌다. 이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부풀리기보다 신중하게 봐야 한다, 또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까지 고려하는 중동 외교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말들을 하네요. 경제전문가 곽수종 박사의 이야길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곽수종>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52조원이라는 게 어디에서 나온 숫자예요?

◆ 곽수종> 이번에 대통령께서 가시면서 이란과 함께 96건 정도의 계약을 체결하신 것 같습니다. 계약이라고 하는 게 실제 기업이, 기업과 기업 간 투자계약에서 나오는 액수가 아니라 소위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이라고 하죠. 양해각서, 서로가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는 의향서를 교환했을 것인데..

◇ 정관용> MOU라고 하는 것?

◆ 곽수종> 그렇죠. MOU라고 하는 것이죠. 그 규모가 방금 말씀하신 50조 정도 되지 않나,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96건의 MOU로 52조원.

◆ 곽수종> 네.

◇ 정관용> MOU라고 하는 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거죠?

◆ 곽수종> 전혀 없습니다. MOU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이해했다’ 이 정도의 협정서다, 의향서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정관용> 우리 이제 대화해봅시다, 라고 하는 협정서다?

◆ 곽수종> 그렇죠.

◇ 정관용> MOU가 실제 계약으로 체결되는 비율, 이런 게 혹시 있나요? 경제 분야에?

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곽수종> 아니요. 그건 일정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아닌 것 같고요. 양국 정상이 나눈 회담의 내용이기 때문에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 간에 이루어진 양해각서 교환보다는 조금 더 진실성이 있지 않겠나.

그러면 52조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당 규모의 투자 또는 건설에 참여하는 정도의 이야기는 나누셨을 것이고 이미 일부 기업들에서는 두산이나 특정 기업들이 담수화사업이라든지 교량사업 또 화력발전소 사업이라든지 수로사업 이런 것들은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 부분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판단됩니다.

◇ 정관용> 진짜 계약으로 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정말 크고요. 또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게 지금 이란은 37년이나 경제제재를 당했기 때문에 이란 재정이 고갈됐다, 특히 인프라 같은 것은 이란 정부가 돈을 내야만 되는 건데 낼 돈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공사 맡는 곳에서 그 비용을 먼저 가져와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게 무슨 얘기예요?

◆ 곽수종> 제가 한 3주 전에 두바이를 잠깐 다녀왔었습니다. 두바이를 다녀오면서 이란 관계자 분들도 몇 분을 만나고 왔는데 방금 지적해 주셨습니다만 2006년부터 이란에 대한 UN 제재가 본격화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10년 되는 제재 속에서 경제 인프라 건설이 매우 취약해졌고 최근 들어서는 유가마저 하락하다 보니까 과거에 400만 배럴을 매일 생산했는데 요새는 100만 배럴 조금 넘는 규모를 생산하고 있어서 유가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이 투자를 할 재원이 상당히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난 분 이야기도 그런 겁니다. 한국이 먼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으로 돈까지 들고 와서 우리나라에 왜 민자 고속도로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민자를 먼저 유치를 해서 건설을 한 다음에 통행료를 받듯이 수익을 50년 동안 이렇게 챙겨 가면 투자한 비용과 여러 가지를 부담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식으로 해서 투자하기를 원하는 내용들이 많더라고요.

◇ 정관용> 그래요.

◆ 곽수종> 그래서 아마 이번에 대통령께서 가셔서 경제가 상당히 지금 어려운 상황이니까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겠다고 하는 노력은 이해는 되나 어떤 구체적인 계약인지 이런 부분이 실리적으로는 어느 정도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한지에 대한 것은 앞으로 많은 소통을 해 주셨으면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 정관용> 가서 우리가 돈을 받고 공사를 해 주고 이래야 정상인데 우리가 돈을 싸들고 가서 공사를 다 하고 50년에 나눠서 받아라?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 곽수종> 일부 일본 같은 곳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도 그렇게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진행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서울지하철도 맥쿼리 쪽에서, 호주 쪽 투자자죠, 그쪽에서 투자를 해서 서울지하철 요금을 9호선을 900원 더 올리려고 했다가 한 번 큰 난리를 친 적도 있는데.

◇ 정관용> 맞아요.

◆ 곽수종> 일반적인 상업행위, 투자행위다 라고 보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전체 투자 건수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또 우리 기업이 지금 자본 사정이 상당히 불안한데.

◇ 정관용> 우리도 지금 구조조정 해야 된다는 것 아닙니까.

◆ 곽수종> 그럼요. 그런 불안한 상태에서 자칫 투자를 했다가 이란의 정치적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가정을 했을 경우에 이게 또 상황이 바뀌게 되면 돈을 떼이거나 그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이건 누가 보증을 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해소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가 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지금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이란 핵문제 타결로 인해서 전 세계가 다 이란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지 않았었습니까?

◆ 곽수종> 1월에도 시진핑 주석이 달려갔었죠.

◇ 정관용> 그러면 중국뿐 아니라 우리 또 유럽, 미국 등 다들 갈 텐데 그 경쟁구도는 어떻게 보세요?

◆ 곽수종> 상당히 사실은 중요한 질문인데 그게 본질적으로 보시면 이란에 대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가 프랑스입니다.

◇ 정관용> 프랑스.

◆ 곽수종> 우리가 이란 핵문제 그러면 미국이 해결한 걸로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데 이 중동지역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나누어서 지배를 해온 점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독일과 프랑스가. 그러다 보니까 프랑스가 이란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셔야 될 것 같고요. 또 주변 정세를 놓고 보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어떤 이란의 갈등구조,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구조 상에서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어떤 건설붐이라든지 투자붐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투자해야 될 내용이 있지 않겠습니까?

◇ 정관용> 네.

◆ 곽수종> 그러면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 것인지에 대한 두번째 문제, 그리고 세번째 문제 방금 지적해 주셨습니다마는 이 이란에 대한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우리의 실리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아직 구체적인 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그런 답답한 심정이라든지 한국 경제에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조선과 건설이 해결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다른 분야의 건설 부분이나 또는 화력, 이런 전력 쪽의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이 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지 않나. 저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특히 조선, 해운 분야. 지금 가장 구조조정 시급한 분야가 그 분야인데 이쪽에 바로 단비가 내릴 수는 없다?

◆ 곽수종> 두바이가 중요한 게 금융도시이면서도 이 해외로 페르시아 만을 빠져서 나가는 석유를 실어 넣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컨테이너 화물적재소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거기에 지금 20만 톤이 넘는 유조선이, 배가 매일 수백 척씩 떠 있거든요, 갈 곳을 몰라서. 그만큼 조선업과 석유사업이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그러니까 현장을 중심으로 경제를 보시고 이것을 구체화하는 데 어떤 방법을 도모해야 할지에 대해서 좀 신경을 써야 될 시점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판단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경쟁을 뚫긴 해야 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우리가 그럼 “다 돈까지 싸들고 가서 할게”,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떼일 수도 있다?

◆ 곽수종> 그럼요.

◇ 정관용> 경쟁은 뚫되 실리는 챙기는.. 알겠습니다. 곽수종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곽수종>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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