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평화통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온 것과 달리, 하메네이와의 면담에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세계적 안보문제가 거론됐다.
하메네이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약 3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테러와 지역의 불안정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한·이란 양국이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높이 평가하면서, 특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양국이 잘 협력하면 서로에게 많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과학기술 등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앞선 경험을 가진 만큼, 이란은 한국에서 이를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신뢰의 토대 위에서 긴 호흡으로 관계발전을 모색해나가자"며 "1962년 수교 이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양국이 긍정적으로 교류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양국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13명의 직원이 사망한 가운데에서도 임무를 완수한 대림기업 등 우리 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한국이 이란의 경제부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호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게 향후 양국관계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이란이 추구하는 인재양성, 낙후지역 개발, 지식기반 경제 등 분야에서 한국이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이란 양국은 천년 이상의 교류 역사를 갖고 있고,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고 중흥의 역사를 개척한 경험도 갖고 있다. 가족 중시와 어른 공경의 아시아적 가치도 공유하고 있다"며 "사극 주몽과 대장금이 이란에서 큰 인기를 끈 것도 양국의 유사한 정서와 가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하메네이는 양국의 이같은 유대감을 양국 관계발전의 토대로 만들어나가자는 데 공감을 이뤘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면담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란 측에 양국 우호관계 복원 및 발전의지 전달하고, 최고지도자의 지속 관심과 지원을 당부함으로써 양국 최고위층 간 유대형성 뿐 아니라 양국간 우호협력관계 발전을 위한 이란 내 지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