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습기 살균제' 영국 본사 책임 입증되면 수사

"아직 드러난 것 없지만 가능성 열고 성실히 수사" 피해자들 고발장 제출

옥시RB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사과와 피해보상안 발표를 한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윤정애 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단계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한국법인 뿐 아니라 영국 본사의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수사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2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에 따르면 옥시는 2000년 10월 유해물질 PHMG 인산염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으며, 이듬해 영국 레킷벤키저에 인수합병됐다.

검찰은 인수합병 전부터 제품이 제조된 만큼 현 단계에서 영국 본사에 제조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영국 본사가 PHMG 인산염을 포함시키는 데 관여한 단서가 수사 과정에서 나온다면 영국 본사로도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확정할 만한 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할 만한 혐의점을 찾아내지는 못한 상태이고 아직까진 드러난 게 없지만,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성실히 수사해보겠다"고 말했다.

만일 검찰이 영국 본사의 책임을 입증할 만한 유력한 단서를 찾아낼 경우 "회사 인수 전부터 제조된 제품이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영국 본사 임직원들도 본격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옥시의 의뢰를 받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한빛화학 정모 대표와 옥시 광고담당 전 직원 유모씨 등 3명을 소환해 PHMG 인산염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되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어 3일 오전에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 제조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옥시 연구소 연구부장 최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할 예정이며, 현 연구소장 조모씨, 연구소 직원 김모씨 등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이르면 3일 신현우 전 대표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 및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런 가운데 옥시 측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지 15년만인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살균제와 폐손상을 입으신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며 포괄적 보상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 면피용' 이라며 강하게 질타했고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본사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증거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 조사 결과 폐손상을 입은 가습기 피해자 수는 총 221명이며, 이 가운데 177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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