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용수 (국제중앙시장 이불가게 사장)
이때, 근처 이불가게 주인이 이불을 잔뜩 가져와서 창문 아래에 깔았고 이 가족이 그 위로 뛰어내리면서 모두 무사히 살았습니다. 아마 동영상 보신 분들 아직도 그 아찔한 장면이 아른아른하실 거예요. 이불가게 사장님, 이용수 씨를 직접 만나보죠. 이 사장님, 안녕하세요.
◆ 이용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제 놀란 가슴이 좀 진정이 되셨습니까?
◆ 이용수> 네.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여기저기서 연락도 많이 받으셨죠?
◆ 이용수> 네. 저도 인터뷰도 해 보고 지인들한테 전화연락도 많이 받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참 대단하세요. 그러니까 그날 주말에 화재가 난 건물에서 얼마나 떨어져 계셨던 거예요?
◆ 이용수> 저희 가게에 골목이 하나 있거든요. 한 5, 6m 정도 되는 옆 건물이었습니다.
◇ 김현정> 화재가 났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 이용수> 가게에 있다가 앞에 가게 사장님이 불 났다고 소리를 막 지르더라고요. 그 소리를 듣고 처음에 나가게 됐죠.
◇ 김현정> 불이 난 건물 쪽으로 시장분들이 다 모여들기 시작했고, 상황이 어떻던가요?
◆ 이용수> 탈출한 지점이 건물 뒤쪽이었거든요. 처음 나갔을 땐 연기만 조금씩 나는 상황이었고, 그때는 사람도 없었고 119에 신고도 했다고 그러니까 소방차, 소방대원도 올테니까 금방 진화가 될 줄 알고 기다리고 보고 있었죠.
◇ 김현정> 그런데 소방차는 오지 않고 이미 시커먼 연기는 창문으로 막 뿜어져 나오고? 그런데 건물 4층에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 이용수> 그리고 바로, 얼마 있다가 금방 또 연기가 막 나다더라고요. 그래서 4층을 보니까 흑인 애기 엄마가 나와서, 연기가 가득 차니까 호흡이 힘들었는지...
◇ 김현정>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 이용수> 갇힌 상태로 위급해 보였죠.
◇ 김현정> 낮이었으니까 골목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을 텐데 그 상황에서는 계단 위로 올라갈 방법도 없고 그냥 발만 동동 구르고 다들 쳐다보고 있었겠네요?
◆ 이용수> 그렇죠. 그 순간에는 저도 그렇고 다들 당황하고 구급차나 소방차만 기다리고 있는데 순식간에 연기도 나고 시민들도 어쩔 줄 모르고... 속수무책이었고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었죠.
◆ 이용수> 여기 지역이 미군 부대 바로 앞에 있는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도 다 이제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그러다가요. 마침 미군들도 몇 명이 지나갔었어요. 그래서 이게 점점 심해지면 혹시라도 추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들 게 있어야 하는데?’ 하다가 제가 이불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이불을 들고, 앞에 있던 미군한테 전달했고 작은 거니 큰 거니 뭐니 다 계속 앞에 있는 사람들한테.
◇ 김현정> 전달, 전달, 전달하셨던거군요. 사람이 4층에서 뛰어내려서 안전하려면 공기 매트도 안 되고 두꺼운 게 있어야 되거든요. 이불 몇 장으로는 안 될 텐데, 가게에서 이불 몇 장이나 가져오셨어요?
◆ 이용수> 눈에 띄는 대로 이불을 앞에 사람들한테 전달했어요. 그리고 4층 높이니까 꽤 높거든요. 혹시라도 추락하면 잘못 떨어지면 또 다른 쪽으로 떨어지면서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게에서 제일 큰 이불을 전달을 했어요.
◇ 김현정> 총 몇 장이나?
◆ 이용수> 제일 큰 이불수는 제가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한 24장이 되는데요.
◇ 김현정> 24장 두꺼운 걸로, 제일 큰놈으로?
◆ 이용수> 그렇죠. 사이즈는 여러 가지였는데요. 그걸 밑에 깔아서 쿠션으로 해서 떨어진 게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제일 큰 이불로 들고 있었어요. 다 여러 명이서.
◇ 김현정> 들고? 나이지리아 가족 중에 어른 같은 경우는 무게도 상당히 나가 보이던데 그분이 이불에 들어가지고 받쳐집니까?
◆ 이용수> 저도 그 순간에는 계속 이불 나르면서 현장을 잘 못 봤는데, 나중에 동영상을 보니까 아이들은 아무래도 체중도 덜 나가고 그러니까 충분히 3명을 먼저 받았거든요. 그리고 나서 엄마가 떨어지려는 신호를 밑에서 보고, 떨어지기 직전에 그 주위에 있던 한국 이웃 사람들이랑 미군 사람들이 다 같이 협조해가지고요 옆에서 붙들었죠.
◇ 김현정> 아, 그렇게 된 거군요.
◆ 이용수> 그렇게 구조하게 됐죠.
◇ 김현정> 이해가 됩니다. 이불 그냥 24장 깔아놓기만 한 게 아니라 쫙 달라붙어서 그 이불을 쥐고서 위에서 한번 충격을 흡수해 주고 그리고 그 아래 또 이불이. 그 병원으로 이송된 가족들은 상태가 어떤가요?
◆ 이용수> 제가 그 다음 날 얘기 들으니까 나이지리아 가족 4명은 큰 부상이 없었거든요. 당일 날 병원에 입원했다가, 그 다음 낮인가 퇴원했다고 들었어요.
◇ 김현정> 퇴원했어요? 아유, 잘하셨습니다. 아니, 아무리 이불가게 주인이어도 내 이불 갖다가 다 망치는 거 아닙니까. 다 버려야 되는 건데요. 그걸 깔 생각하는 게 쉬운 게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 이용수> 그때는 너무 다들 당황들 하고, 화재가 더 심해지면... 저도 TV나 언론에서 그런 화면을 뉴스에서만 본 적이 있었는데 다른 방법이 없고 그러니까 그냥 무의식적으로 다들 나왔죠.
◇ 김현정>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그 당연한 게 잘 안 되는 사회가 지금 각박한 사회 아닙니까? 사장님, 정말 잘하셨고요. 이불은 누가 좀 보상을 해 주면 좋겠는데요.
◆ 이용수> 그래서 그날 사고처리 다하고 이제 저녁 밤에 시 관계자분이 나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시장님 통해서 말씀드리고 보상 다 해주신다네요. (웃음)
◇ 김현정> 아이고, 잘 됐습니다. (웃음) 사장님 가게 번창하시고요. 제가 다시 한 번 국민들 대표해서 감사 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이용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화재 건물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이불로 구조한 평택의 이불 판매점 사장 이용수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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