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는 이날 국회의원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김종인 대표의 거취 문제와 직결된 전당대회 연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 혁신안에 규정된 대로 6월말~7월초에 전당대회를 열 경우 당이 갈등에 휩싸이는 만큼 12월 이후로 연기하자는 주장과 비상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으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대표는 5일부터 9일까지 휴가를 가기로 해 3일 전대시기 결정을 앞둔 무언의 압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당권 도전자들은 전당대회 연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 지역구 의원으로는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의원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대위(비상대책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새지도부 구성을 촉구했다.
특히 "계파주의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서로 '네 탓이오'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끝내는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며 김종인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당 대표직에 도전하고 있는 송영길 의원도 "과도적인 비대위는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지도부를 구성해 정기국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비대위체제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측에서는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헌·당규대로 전대를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친문측 인사로 원내대표 출마까지 검토했던 홍영표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도 당헌당규가 있고 규정이나 절차를 엄격히 지키는 것이 민주정당인데 그것을 (기준없이) 이렇게 바꾸는 것은 안된다”고 전대 연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친문측에서는 이같은 입장이 계파 입장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앞서 지난달 29일 정세균·문희상·원혜영·이상민·박병석 의원 등 더민주 4선 이상 중진 14명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놓고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는데 실패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6명도 입장이 엇갈려 있다. 범주류 성향의 우상호 우원식 의원은 조기 전대 개최에, 비주류의 강창일 이상민 민병두 노웅래 의원은 전대 연기론에 기울어 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연기 여부는 3일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봐야 결과를 알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5일 휴가행을 두고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연기가 불발될 경우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결론이 내려지면 김 대표는 시한부 대표로 전락한다. 또 김 대표가 이에 반발해 당을 떠날 경우 더민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당대회 연기 반대론자들이 조기 전대개최를 주장하면서도 "마치 김종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처럼 비춰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의 휴가는 총선 이후 지방순회가 끝나고 당초 그 시기에 가려고 했던 것으로 달리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측근은 특히 "김 대표는 자신이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번에 어떻게 결정이 나든 따라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지난 비례대표 공천 파문 때는 중앙위가 절차를 무시해서 김 대표가 당무를 거부했었지만 지금은 절차를 잘 밟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