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가방을 이용한 범행이 끊이지 않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센서에 의지해 제품을 관리하는 매장에 비상이 걸렸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9시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번화가를 지나던 여성들의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훔치던 몽골인 A(29)씨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나는 여성들에게 가까이 접근하거나 별안간 옷을 갈아입고 오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하다, 골목에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긴급체포됐다.
이후 경찰은 A씨의 주머니에서 차량용 리모컨 열쇠를 발견했다.
"주운 열쇠일 뿐"이라는 발뺌 속에 경찰이 온종일 리모컨을 누르며 주변을 돈 끝에, 한 공영주차장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로 이들의 승용차를 찾아냈다.
가방 안쪽면은 검은색 테이프가 둘렸고, 뜯어보니 알루미늄 은박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가방 옆에는 도난방지태그가 떼어지지 않은 300만원 상당의 외국 유명 스파(SPA)브랜드 옷과 신발, 모자 등이 쌓여있었다.
A씨 등은 가방을 맡아달라는 다른 몽골인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라며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단순한 장물 보관책이 아니라, 대형 매장에 진열된 의류를 직접 특수가방에 넣어 훔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옷에 붙어 있던 일렬번호로 피해매장을 찾아 실험한 결과, 방지태그를 특수가방에 넣어 검사대를 나오는 과정에서 알림벨이 울리지 않는 사실도 확인했다.
도난센서를 무력화하는 특수 코팅가방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건 3년 전.
지난 2013년 8월 한 몽골인 부부는 서울역·신도림역 근처 대형 의류매장에서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특수가방을 이용해 360만원 상당의 의류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에는 한 몽골인 남매가 구로구·영등포구의 대형 의류매장에서 특수가방으로 물건을 훔친 뒤 택배를 이용해 71kg의 의류를 몽골로 보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루미늄 은박지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들이 털렸는 데도 이를 막을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범행이 되풀이된 것.
경찰 관계자는 "꼭 의류매장이 아니더라도 도난방지센서를 사용하는 대형 매장에서는 손님들의 쇼핑백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방지태그를 제조하는 업체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특수절도·장물운반 혐의로 A씨 등 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으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이 특수가방을 이용해 절도 행각을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