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이 까라면 까는거지…" 만년 콩쥐신세 신참교사

['복종'을 강요하는 교단의 민낯] ①

(사진=자료사진)
대한민국 교단에 민주주의는 없다. 교사들을 줄세우는 서열문화는 군대와 다를 바 없다. 교장은 최고 권력자로서 전권을 휘두른다. 각종 위원회와 회의로 포장된 협의 테이블은 '상명하복'이 전부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복종을 강요받는 교사들과 그로부터 배우는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민주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초임이 어딜 감히…" 만년 콩쥐신세 신참교사
②"긴급 조치 1호 '연애 금지'", 교장이 곧 '법'
③"줄을 서시오!" vs "이런 걸 왜 해?", 교단의 극과극
④"함께 결정하고, 함께 지켜요"…학교가 변한다

"전쟁터 같았어요. 까라면 까라는 분위기…?"

2년전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부임한 교사 김지수(27·여·국어·가명)씨는 지난 연말 전출 신청서를 냈다. 사유는 '부적응'.

공립학교의 경우 발령이 나면 보통 3년 이상 근무한다. 스스로 '부적응자'로 규정하고 학교를 떠나야 할 정도로 심정은 절박했다.

"힘든 일,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은 무조건 막내 교사가 해야 하는 거예요."

수업시수는 군대처럼 서열순으로 할당됐다.

김씨는 "모든 교사가 20시간 정도를 맡아야 공평하게 분배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가장 고참인 교사가 먼저 15시간만 맡겠다고 선을 그으면, 나머지 교사들이 서열순으로 시수를 분담한다"고 말했다.

신입인 김씨는 항상 가장 많은 수업시수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교무실내 온갖 허드렛일도 김씨의 몫이었다.

"출근하자마자 교무실 환기시키고, 부장 선생님이 마실 커피 내리는 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또 학교에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제가 차를 타야 해요. 그리고 저녁시간 되면 메뉴판 돌리고, 식사 끝나면 혼자 치우고…."

수업시간 이후에는 고개도 못들 정도로 바쁜 행정 업무에 시달렸다.

"출장은 막내교사 전담이고, 시험 감독도 둘이 들어가지만 모든 걸 혼자 해야 해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요. 으레 신규가 다 해야 하는, 그런 문화로 굳어진 거죠."


밤늦게 홀로 퇴근하다보면 서글퍼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병까지 얻은 김씨는 지난 2년을 떠올리면 지금도 악몽을 꾼다.

◇ "초임이 감히?", 성과급도 서열순…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에서 초임 생활을 한 윤민주(30·여·국사·가명) 교사는 4년 연속 담임을 맡았다.

고등학교 담임은 초중등 담임보다 힘들다. 신경 쓸 일도 많다. 늦은 퇴근 시간은 물론, 입시 스트레스를 학생, 학부모와 함께 받기 때문이다.

윤씨는 "연말에 희망 학년과 부서를 적어내지만, 한 번도 반영된 적이 없다"며 "교장 교감 마음대로 해도 아무도 토를 다는 사람이 없는데, 초임이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반면 편한 보직은 선배 교사들 차지다.

그렇다고 인사 평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윤씨는 지난 4년 동안 성과상여금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윤 교사는 "같은 학년, 과목, 행정업무까지 다 똑같이 했는데 혼자 최하 등급을 받았다"며 "평가에서 교장 라인, 나이 같은 게 중요하다는 건 교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학교안 군대식 서열문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100년 넘게 '입시'와 '경쟁'만을 강조해오면서 이미 문화로 굳어져 버렸다.

또 교장 중심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는 학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학교는 좋은 대학에 보낸다는 일념하에 억압과 복종의 문화가 당연시 돼 왔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혁신학교나 대안학교 등에서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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