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식사·여행하고 "어떤 일 하는지 몰랐다"는 판사

기사와 연관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을 맡았던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들과 어울린 사실이 드러났으나 해당 판사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해 오리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L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법조브로커로 알려진 이모씨와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얘기를 꺼냈다.

L부장판사는 이튿날 정 대표의 항소심이 자신에게 배당된 것을 알고 기피신청을 했고 사건은 다른 판사에게 재배당됐다. 재판의 공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 L부장판사의 설명이다.

L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이씨를 사업가로 알고 있었고 전과가 있었다거나 다른 어떤 일을 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브로커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건설업자로 알려진 이씨는 한 때 제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법조계에서는 나름 유명 브로커로 꼽히고 있다.

이씨는 사건 알선 등의 명목으로 9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현재 종적을 감추었다. 공사대금 2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받은 적도 있다. L부장판사는 2년 전 지인의 소개를 통해 이씨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L부장판사는 또 다른 브로커인 정모씨와 미국여행을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L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말 미국 택사스를 여행할 때 정씨의 집에 머물면서 관광을 했다.

L부장판사는 여행 중 카지노에 가거나 골프를 하지는 않았다며 왕복 항공료도 자신이 계산했다고 말했다.

L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골프연습장에서 정씨로부터 골프레슨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며 정씨를 골프코치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골프코치로 알고 지낸 것이지 정씨를 전과가 있다거나 다른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정씨는 L부장판사를 골프연습장에서 알기 직전인 같은해 1월 사기도박을 벌여 5억원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전과가 있는 브로커들을 1∼2년 동안 알고 지내면서도 전혀 정체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외활동이 폭이 비교적 좁은 직업적 특징을 고려하더라도 20년 가량 사법부에 종사한 판사가 정상적인 사업가와 브로커를 구분하지 못한 채 어울린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어쩌다 우연히 브로커 한 명 알게 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문제가 많은 브로커를 두 명 알고 함께 여행을 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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