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컴백' 황진성 "하나라는 느낌을 원했어요"

황진성. (김동욱 기자)
2014년 포항의 스쿼드에 황진성(32)의 이름은 없었다. 황진성은 포항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11년 동안 포항 유니폼만 입었다. 2009년에는 포항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2013년에는 시즌 중반 부상으로 쓰러졌지만, 포항의 K리그 클래식 우승에 힘을 보탰다. 279경기 47골 58어시스트를 기록한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긴축재정에 들어간 포항은 황진성을 잡을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황진성은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상태였다. 재계약은 실패였다.

FA로 풀렸지만, 이번에는 보상금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몇몇 구단에서 황진성 영입에 나섰다. 하지만 계약금 세대인 탓에 보상금이 필요했다. 부상 중인 선수를 거액의 보상금을 주고 데려오기는 벅찼다. 결국 황진성은 무적 신세가 됐다.

차근차근 재활을 진행하던 황진성은 2014년 9월 벨기에 2부리그인 AFC투비즈 입단 소식을 전해왔다. K리그를 호령했던 미드필더였기에 다소 의외였다. 그리고 일본 J2리그를 거쳐 2016년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행선지는 포항이 아닌 성남FC였다.

2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황진성을 만나 지난 2년 동안의 해외 생활, 성남에서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각오 등을 들어봤다.

사실 벨기에행은 황진성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AFC투비즈를 인수한 스포티즌에서 다리를 놓으면서 벨기에행이 성사됐다. 3개월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황진성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본이나 중국 같은 가까운 나라가 뛰는 선수도 많고, 어느 정도 예상되는 선택지였어요. 벨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제안을 받았을 때 가면 인생의 큰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단에서 편하게 케어를 해줬어요. 그 때 무릎 재활 후 다시 들어가는 시기였는데 신경을 많이 써줬습니다. 재활하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거죠. 처음 외국에 나가서 뛰어봤는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선수 생활에서도, 이후 지도자 생활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벨기에 2부리그였지만, 굉장히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 같은 유럽 정상급 경기를 접하기도 편했다. 황진성에게는 모든 것이 경험으로 쌓였다.


"가까이서 유럽 축구를 접했다는 것이 좋은 점이죠. 차를 타고 10~15분만 가면 벨기에 리그를 볼 수 있었고, 챔피언스리그도 같은 시간대라 가서 보고 왔어요. 2부인데도 훈련 프로그램, 선수 관리 등이 체계적이었습니다. 요즘 벨기에가 잘하는 걸 보면 그런 힘 때문인 것 같아요."

황진성은 AFC투비즈 유니폼을 입고 14경기에 출전해 3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벨기에 시절 황진성의 모습. (사진=AFC투비즈)
◇"팀을 느껴보고 싶었다" 다시 돌아온 K리그

황진성은 벨기에 생활을 마친 뒤 일본 J리그 교토상가, 오카야마에서 뛰었다. 하지만 벨기에에서도, 일본에서도 황진성의 신분은 '용병'이었다. 같은 팀이지만, 또 같은 팀이 아닌 상황이었다. 다시 K리그 복귀를 결심한 이유다.

"제가 먼저 생각했어요. 외국에서 뛰면서 물론 새로운 경험도 하고,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포항에서 뛸 때처럼 하나로 어울리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용병이다보니 약간 그랬어요. 다시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한국으로 들어오겠다고 에이전트와 상의했고, 그 와중에 감독님이 불러주셨죠. 와이프는 외국 생활도 좋아했는데 순전히 저 때문에 들어왔죠. 친구들과 가까이 있으니 좋네요."

포항 유니폼이 아닌 성남 유니폼을 입은 황진성의 모습은 낯설다. 황진성 역시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훈련을 하다보니 이제는 성남맨이 다 됐다"고 웃었다.

다만 아직 성남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탓이다. 황진성 없이도 성남은 3승3무1패 승점 12점으로 3위에 올라있다. 우승후보 서울(승점 18점), 전북(승점 13점) 바로 뒤. 복귀를 서두를 법도 하지만, 황진성은 차분했다. 완벽한 몸 상태로 합류하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부상 부위는 거의 회복된 상태. 현재 재활과 팀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못 된 것 같아서 미안해요. 그래도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기분은 좋습니다. 빨리 몸을 만들어서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복귀가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뛰고 싶어서 돌아왔는데 아직 못 뛰었습니다. 조심스러워요. 의욕이 앞서 섣불리 들어가 부상이 재발하면 제일 안 좋으니까요. 팀이 좋으니까 그 분위기를 같이 타고, 완벽한 몸 상태로 돌아가겠습니다."

한편 성남은 6월15일 포항과 만난다. 장소는 황진성의 고향이나 다름 없는 스틸야드다. 하지만 황진성은 스틸야드에서 뛸 수 없다. 포항에서 성남으로 보내면서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황진성은 "스틸야드에서 뛰고 싶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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