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기성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아니, 뭐 일본 한 번 꺾었다고 이렇게 화제가 되나 하실지 모르지만 34년 전에는 무려 25:0으로 대패했고요. 그 후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팀을 이번에 뛰어 넘어서 아시아 최강이 된 거니까 그 투지에 박수를 보낼 만하죠.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우리나라 아이스하키팀의 대들보입니다. 김기성 선수 연결을 해 보죠. 김기성 선수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 김기성> 아 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일전에서 두 주 먹을 불끈 쥐면서 와~ 하고 포효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던데, 34년 동안 한 번도 못 이겼던 팀을 이겼을 때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이겼을 때 기분이 어떻든가요.
◆ 김기성> 기분 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좋았고요. 어떤 선수는 눈물을 흘릴 정도까지 아주 기뻐했었어요.
◇ 김현정> 눈물 흘리면서요? 그 건장한 아이스하키 남자 선수들이?
◆ 김기성> 네. 왜냐하면 34년 동안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속에 뭔가 짐이 됐었는데 조금 이제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한 같은 게 응어리가 있었던 거예요? 가슴속에?
◆ 김기성> 네, 저희 대한민국 모든 선수들이 다 그런 게 조금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34년 전 선배들은 그러니까 일본이 25골 넣을 동안 1골도 못 넣은 거잖아요. 그 정도로 실력 차이가 컸던 건데. 그 이후로도 어떻게 한 번도 못 꺾었죠?
◆ 김기성> 원체 일본이 아시아 쪽에서는 하키 레벨이 높았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찌됐든 이렇게 이기게 된 거는 그런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기성> 네, 이게 오히려 마음이 급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평상시 하던 대로 플레이를 하자고 계속 주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선수들끼리요.
◇ 김현정> 우리 평상시하던 대로 하자? 긴장하지 말고 하자라고 하면서도 김기성 선수는 내심 '아, 이번에 되겠다. 느낌이 조금 다른데?' 이런 게 있었던 거예요?
◆ 김기성> 네, 조금은 있었습니다. (웃음)
◇ 김현정> 반면에 34년 만에 우리한테 진 일본 선수들 표정은 어땠어요?
◆ 김기성> 굉장히 약간 좀 실망하고 고개를 못 드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 김현정> 일본도 서러워서 울었겠어요, 일본 선수들도?
◆ 김기성> 네, 아무래도요. 그런데 저희는 너무 좋아 가지고 일본 선수들까지 볼 여유가 없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하긴 그러네요. 지금 거기 진 선수들 챙길 정신이 없죠. 김기성 선수, 지금 대표팀만 12년 했잖아요.
◆ 김기성> 네.
◇ 김현정> ‘못한다. 참 일본한테 맨날 진다. 어떻게 한 번도 못 이기냐.’ 이런 시선 받을 때는 솔직히 기분이 어땠습니까?
◆ 김기성> 기분이 좋지는 않고요. 좀 힘이 많이 빠졌죠. 그럴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경기에 나가서 보여주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를 악 물고 준비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를 악 물고... ‘우리한테 손가락질하는 그 사람들 봐라. 우리가 이겨서 보여주겠다. 보여줘야지.’ 이렇게 이를 악물고?
◆ 김기성> 네.
◇ 김현정> 이렇게 뜨거운 관심과 반응 쏟아진 거 처음 아닌지 모르겠어요?
◆ 김기성> 제가 볼 때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라디오에서 인터뷰하는 것도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첫 인터뷰랍니다. 12년, 12년 대표팀을 했는데. 지금 우리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찬사가 우리나라에서만 쏟아지는 게 아니라 세계 스포츠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총 다섯 경기 치러서 2위 안에 들면 월드챔피언쉽까지 나가는 거죠?
◆ 김기성>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정말 서양에서는 대단히 열광하는, 말하자면 우리가 축구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 그 이상으로 인기가 있는 거라면서요?
◆ 김기성> 그렇습니다. 월드챔피언쉽이라는 게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이렇게 톱 국가가 소속된 나라끼리 시합을 하는 건데요. 거기에 나갈 수 있는, 저희가 지금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 김기성> 네. 약간 떨리네요. 그게 내일(29일)이기 때문에요. 여기 이제 폴란드 시간으로는요.
◇ 김현정> 5차전 남은 거예요, 이제?
◆ 김기성> 네.
◇ 김현정> 거기서 이기면 나갈 수 있습니까?
◆ 김기성> 내일 경기만 이기게 된다면 그럴 확률이 굉장히 높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일본이 아시아에서 한번 나가긴 했습니다마는, 우리가 이번에 나가게 되면 순수하게 자력으로 나가는 아시아 첫 번째 팀이 된다고요?
◆ 김기성> 네, 그렇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력으로.
◇ 김현정> 아이스하키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 꿈꾸는 그런 대회 맞죠?
◆ 김기성> 네, 그럼요. (웃음)
◇ 김현정> 떨리겠어요. 기분이 어때요?
◆ 김기성> 너무 좋기도 하면서, 내일 게임에 대해서 살짝 긴장도 되긴 하네요.
◇ 김현정>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경기, 컨디션은 괜찮습니까?
◆ 김기성> 네, 컨디션은 아주 괜찮은 것 같습니다.
◆ 김기성> 네, 기대해 주세요, 많이.
◇ 김현정> 이번에는 30초 만에?
◆ 김기성> 이번에는 30초 만에... 는 모르겠지만, (웃음) 어찌됐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멀리서지만 우리가 뜨겁게 응원해 줘야겠습니다. 지금 폴란드에서 전화 연결로 이야기하는 건데, 고국에 계신 국민들께 한 말씀 하시겠어요?
◆ 김기성>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응원과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희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찾아뵈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테니까 지금보다는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응원하겠습니다. 김기성 선수 파이팅하세요.
◆ 김기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김기성 선수였습니다. 선수단의 경기일정을 배려해서 어제 사전녹음으로 진행했다는 점 알려드리고요. 오늘밤 8시입니다. 우리 시각으로 8시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경기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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