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치매환자의 집단투표!…거소투표 어쩌나

26표차 당선 무효소송 촉발한 거소투표 문제점 파보니

- "요양원장 말 듣고 전부 ***당 찍어"
- "기표소에 선관위직원이 함께 들어가"
- 필체 동일, 거소투표 대리신고 적발
- 빈 투표용지 회수안해…대리투표 가능
- 공인 기표용구 없어 볼펜기표도 가능
- 금치산자 투표금지, 치매환자는 허용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권기자.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 어떤 주제를 훅 들어가 볼까요?

◆ 권민철> 지난주 금요일 뉴스쇼, 기억들 하실 겁니다. 총선결과 무효 소송중인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출연했는데요.

◇ 김현정> 26표차로 낙선하게 돼서 소송내신 문병호 의원.

◆ 권민철> 그 때 개표과정에 문제 지적하면서 투표용지가 이상 하더라며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었죠. 그 가운데 한 부분 들어보시죠?

"거소투표라는 것은 정신적으로 조금 박약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정신적으로 지체되는 분들이 하는 투표거든요. 참관인도 없고, 볼펜으로 표시해서 투표하는 것인데요. 이번에 저희 참관인들이 보니까 동그라미를 크게 멋있게 쳤더라는 거예요. 그리고 거의 비슷한 동그라미가 있어서 한 사람이 했지 않느냐, 그런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요."

◇ 김현정> 저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거소투표제라는 게 있는 그 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를 했었어요?

◆ 권민철> 맞아. 그런데 지난주 방송 뒤 저희에게 비슷한 제보 몇 건이 더 왔습니다. 거소투표관련해서요. 그래서 거소투표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 봤습니다.

◇ 김현정> 거소투표 문제에 대해선 아주 제보가 많았어요. 하나하나 짚어보죠. 거소투표가 뭔지부터 다시 설명해 주세요.

◆ 권민철> '거소'는 주거지라는 뜻.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병원, 요양소 같은 주거지에서 하는 투표입니다. 거소투표하겠다고 신고하면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보내주고, 기표한 뒤 우편으로 군·구청이나 면·동사무소로 투표지를 보내면 됩니다. 다만, 한 거소에서 10사람 이상이 투표 하는 경우 선관위가 간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참관하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10명이 기준이군요. 그런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건데. 먼저 제보 내용은 뭡니까?

◆ 권민철> 전남의 한 요양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보내온 제본데 어머니가 그 곳에 계시는데, 그 곳 원장이 이번 총선 때 입소자들에게 지장을 찍게 해서 거소투표 신청을 하게하고, 투표를 할 때는 특정후보를 찍으라고 권유 또는 강요했다는 제보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거소투표 있기 전에 원장님이 지장 찍으라고 해서 지장 찍었다, 2~3주 전이었거든요. 그리고 투표날에 갔었어요. 저는 사전투표 했기 때문에. 엄마 투표하셨냐고 했더니, 원장이 *번 찍으로고 해서 *번 *번 해서 다들 *번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거소투표 신청용지에 지장 다 찍게 하고, 투표 날에는 강요해서 몇 번을, 원장이 보는 앞에서 다 찍었다는 겁니까?

◆ 권민철> 그 것까지는 확인이 안됐는데요, 돌아다니면서 계속적으로 몇 번을 찍으라 이런식으로 강요를 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 요양소에는 어떤 분들이 살고 계셨습니까?

◆ 권민철> 대부분 치매 노인들이라고 합니다, 50여명이 요양중이라고. 원장 말을 듣고 치매노인이다 보니까, 원장과의 종속관계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까 번호를 거의 원장의 요구대로 거의다 찍었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입니다.

◇ 김현정> 이거는 범법행위 아닌가요?

◆ 권민철> 선거법위반입니다. 이게 사실로 밝혀지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받습니다.

◇ 김현정> 요양원 쪽에서는 여기에 대해 뭐라고 해명하던가요?

◆ 권민철> 사회복지사가 거소투표 안내한 거는 맞다, 하지만 원장이 투표를 강요한 건 없다고 하더군요. 직원 이야기 들어볼까요?

"저희 원장님은 그런 거에 관여 안 하십니다. 담당하는 선생님이 개인별로 어르신들한테, 이렇게 선거를 합니다, 하고 설명해드렸고, 이런 제보가 들어왔다면 내려오셔서 확인하십시오. 거소투표 하셨던 어르신들한테 원장님이 몇 번 찍으라고 강요한 적 있냐 아니면 한 적 있냐 직접 물어보십시오. 제일 정확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직접 와서 조사해 보라는 얘기네요.

◆ 권민철> 제가 어제 중앙선관위에 이런 사실을 알렸더니, 선관위가 이런 사안이면 조사할 사안이다고 했습니다.

◇ 김현정> 다른 제보는 뭐였지요?

◆ 권민철> 이 분은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분입니다. 일종의 내부 고발인 거죠. 거소투표할 때 비밀투표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 김현정> 다른 케이스죠? 여기는 투표가 어떻게 진행 됐다고 하나요?

◆ 권민철> 몸이 불편한 분들 투표를 할 때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게 돼 있거든요. 선거법상 가족이 도와주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는 유권자가 지정한 두 사람이 들어가 도와주도록 돼 있습니다. 부정행위가 없도록 두 사람을 지정하게 한 거죠. 그런데 제보자 이야기는 선관위 직원 1명이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하게 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유권자가 지정한 사람도 아니고, 2명도 아니고, 선관위 직원 1명이 기표소에서 도와서 투표하게 했다는 거군요

강릉시에서 무더기로 적발된 거소투표 대리 신청서. 동일인의 필체로 작성됐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사진=선관위 제공)
◆ 권민철> 그래서 비밀투표 원칙이 무너졌다는 겁니다. 제보자 이야기 들어볼까요?
"결국은 그날 투표한 대분에 대해 선관위가 옆에서 보조했죠. 그러니까 어느 당의 어느 후보한테 투표하는지도 다 볼 수 있었고, 그 거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도 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 김현정> 비밀투표 원칙이 그냥 무너진거네요…거소투표, 참 문제가 많은 거 같네요.

◆ 권민철> 이런 거 말고도 다른 허점도 참 많습니다.

◇ 김현정> 또 어떤 거요?

◆ 권민철> 거소투표는 투표함을 해당시설에서 관리합니다. 선관위가 아니고요. 그러다보니까, 투표용지가 든 우편봉투를 훼손하거나 내용물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다, 얼마든지 예를 들어 요양원에서 변경할 수 있다는 거죠.

◆ 권민철>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까지 한 상황에서 상당히 위험하다는 거죠?

◇ 김현정> 심지어는 유권자가 아닌 제3자가 투표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네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가령 20명이 거소투표 신청했다고 쳐볼까요. 그런데 15명만 투표를 하고 5명이 투표를 안했다고 치면, 5명의 투표용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겁니다. 그 투표용지를 다른사람이 쓸 수 있다는 거죠.


◇ 김현정> 20명이 있는 요양원이었으면 참관인이 철수한 이후에 5장의 투표용지를 가지고 다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건에, 철수 했으면 기표용구도 없어졌지 않습니까?

◆ 권민철> 정해진 기표용구가 아니라, 예를 들면 볼펜이라든가 이런걸로 동그라미를 쳐도 되고요, v표나 x 표를 해도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 김현정> 바로 그 부분이군요. 저도 그 때 인터뷰 하면서 놀랐던 부분인데, 볼펜이든 잉크로든 동그라미해도 되고 x표시 해도 상관이 없다는 거죠

◆ 권민철> 그래서 문병호 의원도 비슷한 모양의 동그라미가 쳐져있더라, 그래서 대리 투표를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문 의원 지역구 말고 문제가 되는 곳이 또 있습니까?

◆ 권민철> 아까 저희에게 제보 들어온 곳도 앞으로 문제 될 가능성이 있고. 또 강릉에서는 실제로 문제가 됐었습니다.

◇ 김현정> 어떤 문제인가요?

◆ 권민철> 강릉시립복지원생들 36명의 이름으로 누군가 대리로 거소투표를 신청을 했다가 적발 된 겁니다. 신청서 필체가 아주 비슷해서 선관위가 조사해 밝혀낸 것입니다. 강릉시선관위 최돈구 계장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돈구: "모든 신고서 필체가 동일해서 의심스러웠던 거죠."
기자: "그래서 확인해 보니 결과는 뭐였나요?"
최돈구: "대리 신고한 것이 맞고요, 투표를 대리까지 해줄 목적이 아니었나 의심스러워서 저희들이 현지 조사 나갔습니다."
기자: "그쪽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최돈구: "투표하는 걸 굉장히 즐거워하기 때문에 기쁘게 해주려고 그렇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 김현정>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요? 그러니까 본인들이 거소투표하겠다고 하나하나 도장찍어서 신청해야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짐작을 하고 대신 신청했다는 거에요?

◆ 권민철> 변명이죠. 기쁨을 주려고 그렇게 했다는 건데요,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야할까요?

◇ 김현정> 이런 거소투표의 문제들이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겁니까, 아니면 과거에도 있었습니까?

◆ 권민철> 보니까 과거에도 있었어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강릉시 옥계·강동면에서 거소투표 부정 있었습니다. 이장 등을 동원해 거소투표자 명단 확보한 뒤에 거소투표를 대신 신청했고, 실제로 투표도 대리로 했습니다. 강릉시의원 등 18명이 기소돼 징역형과 벌금형 선고 받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왜 시정이 안되고 있는 겁니까?

◆ 권민철> 별로 뾰족한 수가 없긴 해 보이더군요. 이런 부작용을 없애려면 행정력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데, 선거행정 인력은 지금도 모자라거든요. 그렇다고 거소투표 자체를 없앨 수도 없는거구요.

◇ 김현정> 문제의 핵심은 인지 능력 없거나, 행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하는 거소투표를 누군가 악용하고 있다는 거겠죠?

◆ 권민철> 그래서 일부에서는 치매 노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건 맞지 않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거소투표 신청자가 많나요?

◆ 권민철> 이번 4.13 총선 때 모두 9만 7천명 정도가 거소투표 신청했습니다. 투표하겠다고 번거롭게 신청까지 한 이상 대부분 투표했다고 봐야겠죠.

◇ 김현정> 이번에 26표 차이로 당락이 된 곳 보면, 적지 않은 숫자네요. 선거하면 축제라들 하는데 선거 때마다 이렇게 말썽이 나면 안되는 거죠.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갈등도 심해지고요. 선관위에서 반드시 면밀한 검토를 해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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