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브로커는 판사배당을 어떻게 당일에 알았나?"

"법조 브로커, 밤 12시 신사동에서 전화를 해요"

-학연, 지연, 스폰관계로 브로커 유착
-정운호 브로커, 법원내부 조력 받아?
-변호사 불러 판사들 술값내라는 전화도
-판사에게 직통으로 '봐달라' 전화변론
-맑은 물에 고기 안 사는 폐쇄된 법조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법률사무소 사무장)

화장품 회사죠.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가 전방위로 손을 뻗친 구명로비 행각이 지금 법조브로커와 전관로비가 뒤엉킨 법조게이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로비의 중심에는 법조브로커 이 모 씨가 있었습니다. 피고인과 판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브로커, 어제 저희 뉴스쇼에서 인터뷰한 전직 판사도 '이런 식의 대담한 행각에 놀랐다'라며 이런 증언을 했는데요.

과연 법조계에는 얼마나 많은 브로커들이 존재하고 또 어떤 행각을 벌이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생생하게 들어보겠습니다. 법조브로커의 행태를 잘 알고 계시는 현직 법률사무소 사무장 한 분을 저희가 연결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의 신원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을 하죠. 사무장님 나와 계십니까?

◆ 사무장>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법조브로커들 많이 없어졌다고 말은 들었는데 여전히 그렇게 존재하나요?

◆ 사무장> 네, 아주 많습니다. 브로커라는 것이 명함이나 명찰을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사무장이나 사무국장 직함을 가지고 의뢰인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거나 또 변호사와 같이 움직이면서 사건을 유치하는 일들을 주로 하기 때문에 브로커들이 없어질래야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서초동 같은 경우에는 변호사들이 사건 영업이 안 돼서 사무실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사건 유치에 대해서 변호사들이 많은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 그러한 변호사 사무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번에 드러난 브로커 이 씨를 보면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의뢰해주는, 그러니까 물어다 주는 그런 역할을 한 브로커가 아니라 현직 판사와 피고를 연결해 주는 브로커였습니다. 이 경우는 어떤가요?

◆ 사무장> 그런 브로커도 존재를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판사나 또 검찰 이쪽에 친분관계가 있는 브로커들이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분명 변호사는 아닐 테고 어떤 출신의 바람들이 그렇게 브로커로 활동을 하나요?

◆ 사무장> 가장 많은 사건사무장들이 보통 경찰의 퇴직자들, 그리고 검찰에서 재직하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퇴직한 분들. 그리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법원 일반직으로 있다가 퇴직하신 분들. 또 법무사를 개업할 수 없는 분들이 하죠.

◇ 김현정> 그렇군요. 이번 정운호 대표측의 브로커는 건설업자 출신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건설업자 명함도 가지고 다녔고요.

◆ 사무장> 건설업자들이 지금은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예전에 스폰서 검사가 터졌잖아요. 지방 같은 경우에는 사업을 하려고 하면 검찰 스폰 안 하면 사업하기 힘들다는 실제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서로 알음알음으로 이 모임, 저 모임, 또는 지연, 학연 등을 통해서 가서 만난 인원들의 친분관계가 깊어지면 그 형성된 관계들로 브로커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음성적으로 물밑에서 그런 일들을 많이 하는 거죠.

◇ 김현정> 아예 그 법조타운 근처를 배회하는 이런 경우도 있나요?

◆ 사무장> 법조타운 근처에 보면 유난히 커피숍이나 커피전문점이 많은데요. 다 그게 그 사람들의 만남장소고 모임장소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냥 커피숍에서 어떻게 사람을 물색합니까?

◆ 사무장> 법원에서 내려오다 보면 여러 가지 다툼들을 하거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러면 경험 있는 사람들, 특히 저희같이 사무장인 사람들, 사무장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충 내용을 들어보면 ‘저게 사건이 되겠다, 안 되겠다.’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커피숍에서 사람들이 뭔가 대화 나누고 있고 소송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듣고 있다 보면 이 법조계에서 뼈가 굵은 사람들은 ‘저게 얘기가 되고 사건이 되겠구나. 뭐가 되겠구나’ 이런 감이 온다고요?

◆ 사무장> 네. 그러면 가서 명함을 주고 접근을 합니다. 그래서 내용을 들어보고 자기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적극적으로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해서 그냥 사건을 수임해서 변호사에게 넘겨주는 정도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브로커 이 씨처럼 현직 판사에게 접촉해서 피고인과 연결을 해 준 경우였습니다. 이 브로커는 구치소에 정운호 대표 면회를 가서 현직 판사들 실명을 줄줄이 언급하면서 ‘석방과 관련해서는 신경 끄시라, 걱정 말라.’ 이렇게 호언장담까지 했다는 거거든요. 실제로 이렇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겁니까?

◆ 사무장>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사무장 같은 경우에는 법조인 명부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쉽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열어보죠?

◆ 사무장> 그걸 제가 방송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사무장이라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원래는 비밀인 거죠?

◆ 사무장> 원래는 원칙적으로 공개가 돼서는 안 되고 상세한 사항까지 알 수 있어야 그렇게 의뢰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브로커 건설업자 이 씨가 정운호 대표의 2심을 맡은 판사를 정확하게 찍어서 술자리를 했다는 거거든요?

◆ 사무장> 그건 배당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사무관이 컴퓨터로 사건을 배당합니다. 그러니까 그 법원 사무관은 알고 있다는 거죠.

◇ 김현정> 브로커가 배당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무관을 통해서 이 정보를 빼냈을 것이다? 지금 같은 경우라면 컴퓨터로 배당을 하고 배당하자마자 배당 판사가 공개가 됩니까?

◆ 사무장> 공개 바로 안 됩니다. 피고인에게 알려지기까지는 판사가 배당되고 나서 한 3일? 그 정도 걸리죠.

◇ 김현정> 도대체 이 브로커가 배당된 그날 어떻게 배당 판사를 알아서 정확하게 그 사람과 배당일에 술자리를 했는가, 이 부분 하나 반드시 풀어야 되고요.

◆ 사무장> 아무튼 제가 경험한 법원 시스템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서 굉장히 용기내서 증언을 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일부 힘 있는 브로커 같은 경우는 웬만한 변호사보다 더 막강한 위치에 있습니까?

◆ 사무장> 그렇습니다. 제가 최근에 본 것만 해도 한 달에 2000만원 이상 벌었습니다.

◇ 김현정> 한 달에 2000만원 수입이요? 사건 유치 브로커가요? 그 웬만한 변호사보다도 더 막강한 위치에 있는 브로커들은 어떻게 그렇게 막강한 위치에 있을 수가 있죠? 어떻게 그렇게 힘을 쓸 수 있죠?

◆ 사무장> 인맥이 넓다고 봐야죠. 최근에는 잘 모르겠는데요. 최소한 사법연수원 기수로 묶여 있는 연수원 출신 같은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모임이 있는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기모임에는 브로커들이 참석하기 어렵겠죠. 그런데 정기모임에서 빠져나와서 따로 소규모 그룹이 형성이 되면 ‘나 이런 사람 알고 있는데 이 사람 불러내서 술 한잔 먹을까?’ 그렇게 되는 게 아주 자연스럽겠죠.

◇ 김현정> 일종에 스폰서가 되는 거군요. 그렇게 해서 인맥을 쌓으면서 호형호제하다가 브로커가 되는 거군요.

◆ 사무장> 그렇습니다. 실제 제가 모셨던 변호사님도 저랑 같이 12시 가까이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사동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김현정> 왜요?

◆ 사무장> 업자가 우리 여기서 술을 먹고 있는데 와서 술값 내달라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판사들하고 지금 술 마시고 있는데 와서 변호사님 술값 좀 내주십시오?

◆ 사무장>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죠. ‘어디서 술 먹고 있는데 오실래요?’ 그러면 와서 술값 내라는 거죠.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이제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관예우로 넘어가는데요. 브로커 문제에 이어서 전관예우 논란도 어김없이 같이 불거졌습니다. 고위 법관을 지내다가 옷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한 경우 예우를 해 준다 하는 게 전관예우 아니겠습니까?

지금 구치소에 있는 정 대표가 보석으로 나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서 담당 변호사한테 50억원을 건넸다는 겁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이 건네졌을까. 이 부분에서 최 변호사가 부장판사 출신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인맥이 넓기 때문에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 이런 예측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 사무장> 금액이 좀 크긴 한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이게 가정이긴 합니다마는 부장판사 출신들이 이런 돈을 받고 작업에 들어간다면 어떤 식으로 작업에 들어가는 거죠?

◆ 사무장> 전화하는 거죠.

◇ 김현정> 누구한테요?

◆ 사무장> 담당 판사에게요. 담당판사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하는 거죠.

◇ 김현정> 선배일 수도 있고 후배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 사무장> 네.


◇ 김현정> 전화를 어떤 식으로 통화를 한다고 들으셨어요?

◆ 사무장> 그냥 사무실에서 전화합니다. 실제 제가 모셨던 변호사님도 판사님하고 직접 전화통화하는 걸 봤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통화를 하던가요?

◆ 사무장> ‘나 이 사건 맡았는데 좀 봐주면 안 될까? 잘 봐 주면?’

◇ 김현정> 우리가 드라마 같은 데서나 보던 그런 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네요. 그렇게 전화 요청을 할 정도로 담당판사와 가까운 변호사인 경우 수임료도 많이 불어납니까?

◆ 사무장> 실제 전관들이 민사사건은 1000만원 이하 사건은 맡지 않는 걸로 알고 있고요. 형사사건은 검사장 출신 전관들은 기본착수금이 최소한 1억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10년 넘게 사무장 일을 쭉 해 오셨던 분이기 때문에 관행들을 여러 가지를 지금 사례들을 소개해 주고 계시는데요. 이거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더라, 그쪽 세계에서 들려오는 얘기라든지 직접 목격하신 사례 더 있을까요?

◆ 사무장> 일종의 위임장 내지 않고 전화변론 하는 거죠. 그건 사실상 세금 탈루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 경우도 종종 있습니까?

◆ 사무장> 많습니다. 쉬운 예로 맑은 물에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채근담의 격언이 법조계에서는 거의 통용화돼 있습니다. 먹을 게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고기가 살 수 없는 겁니다.

◇ 김현정> 이 정도 되면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비리 아닙니까?

◆ 사무장> 그렇죠. 일종의 문화고 그건 법조계가 폐쇄돼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저는 들으면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로 참 믿기지 않고 참담한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정말로 열심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사무장들이 있다는 거는 저희가 분명히 전제해야 될 것 같고.

◆ 사무장> 오히려 그런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진흙탕을 만드는 브로커, 판검사, 변호사, 사무장들. 이들은 반드시 근절돼야 된다는 이 얘기를...

◆ 사무장> 사실 저희들 사무장들이 만나면 브로커 더 엄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합니다.

◇ 김현정> 이 이야기를 반드시 법조계에서 듣고 검찰이 듣고 이번 정윤호 게이트를 정확하게 수사해 주기를 저희도 촉구하겠습니다. 오늘 용기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사무장> 감사합니다.

◇ 김현정> 변호사 사무실에 사무장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분이세요. 익명의 증언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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