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비수기로 신음하던 극장들도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시빌 워'에 대한 극장들의 높은 기대는 개봉일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를 보면 알 수 있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빌 워'는 1,863개의 스크린수와 9,065번에 이르는 상영횟수를 자랑한다.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 있는 영화 '시간이탈자'에 비교해 보면 스크린 수는 4배, 상영 횟수는 9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또 한 번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객들이 '시빌 워'에 개봉 전부터 높은 호감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스크린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천만 영화' 만들기의 주체가 극장인지 관객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도 같다. 극장은 관객에 따라 스크린이 움직인다고 이야기하지만 때로 '천만 영화' 탄생만을 위한 독과점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개봉 초기인 '시빌 워'를 두고 이런 우려가 생기는 이유 역시 지금껏 그런 식의 스크린 독과점 행위가 관객들의 불만을 야기한 탓이 크다.
분명한 것은 '시빌 워'에 관객들이 95%에 달하는 예매율로 반응했고, 멀티플렉스들은 '시빌 워'를 비수기의 돌파구로 삼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 측은 다음 주에 주요 한국영화들이 개봉하면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 등은 대폭 변동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저희도 지난 비수기 동안 관객들이 많이 들어오는 영화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면서 "지금은 '시빌 워'가 독보적으로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데, 저희도 관객 반응 때문에 그렇게 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곡성',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등 기대작들이 개봉하는 다음 주에는 배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곡성', '탐정 홍길동' 등에 관객들이 얼마나 반응하느냐에 따라 '시빌 워'의 운명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빌 워'가 이들 영화와의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명예롭게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인지 여부는 극장의 합리적인 스크린 배정에 달렸다. 만약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떠안게 된다면 '시빌 워'의 흥행을 누구나 반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에서는 이미 다른 영화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회를 줬는데 관객이 들지 않으니 상업적인 논리로 얼마든지 '시빌 워'에 그렇게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시빌 워'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과, 동시기 개봉 영화들에게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선택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춰 스크린 배정을 하고 이후 관객 반응이 좋으면 늘려나가는 식으로 해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