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 등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숙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또다른 친박계는 당내에서 '총선 책임론'을 심판받으면 된다며 유 의원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 유기준 "계파청산" 원내대표 출마…최경환 "자숙해야"
유기준 의원은 28일 "계파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으로써 민생안정의 의무를 다하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화합해야 한다"며 탈(脫)계파를 공식화했다.
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낸 계파 갈등이 총선 참패의 원인인 만큼, 스스로 '친박 중진'이라는 옷을 벗고 당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자숙해야 한다며 유 의원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유 의원의 출마는 '친박 2선 후퇴'로 원내대표직을 포기한 뒤 명분을 쌓아 당권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의 무산을 의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의원은 유 의원이 홍문종 의원과 '친박계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전날 이들을 직접 만나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설득했지만, 결국 유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친박계 한선교(경기 용인병) 의원은 유기준·홍문종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친박이라고 훈장을 달고 다닌 사람들이 총선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며 "10년 넘게 박근혜를 팔아 호가호위하던 자들이 이제 박근혜를 팔아넘겨 한자리 하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이 탈박(脫朴)을 자처하면서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친박계로서 요직을 거치며 쌓은 지명도와 성과를 내세워 원내대표를 노린다는 지적이다.
◇ 친박 핵심 "출마해 심판 받으면 된다" 반발
반면 친박계 일각에선 유 의원의 출마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누구든지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며 "총선 참패 책임이 있다면 의원들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를 선출할 20대 국회 당선자들에게 '친박계 총선 책임론' 여부를 묻고 그 결과를 수용하면 되는데, 미리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의원이 다른 사람의 출마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며 "특정 인물의 출마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한선교 의원은 유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최경환 의원이 옳은 지적을 했다면서도 "최 의원도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최 의원이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자숙론'을 말한 스스로에게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친박계가 여러 갈래로 분열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