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로 예정된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는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이다. 유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친박계 2선 후퇴론'이 비등해 지고 있는 가운데 "민생안정의 의무를 다하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화합해야 한다"면서 "당장 저부터 친박 후보라는 지칭을 하지 말아 달라"고 '탈계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출마를 놓고 친박계에서조차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장 친박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 의원은 "총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자숙하는 의미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선 안 된다"며 "유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 중진 한선교 의원 역시 "10년 넘게 박근혜를 팔아 호가호위하던 자들이 이제는 박근혜를 팔아넘겨 한자리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유 의원 출마를 놓고 친박계에서조차 자중지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 의원에게 친박계의 표가 몰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은 "개인의 출마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친박이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한데다 청와대도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는 친박계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내분 양상을 보이는 사이 비박계 대표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충청권 표심을 앞세운 정진석 전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오른 이는 나 의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나 의원은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무덤이 된 서울에서만 내리 3번째 당선됐다.
또 당 대변인과 서울시장 후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여당 역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상징성도 갖게 돼 총선 참패 뒤 새누리당이 찾고 있는 쇄신의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평가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현재 나 의원 외에 마땅한 원내대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하기에도 여성인 나 의원이 오히려 낫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회의원 시절 내내 별다른 계파활동을 하지 않아 높은 인지도에 비해 당내 세력은 약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나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정진석 전 의원은 자민련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해 3선을 한 뒤 19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정 전 의원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곧 다가올 대선 국면에서의 역할론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일정 부분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 전 의원은 친박계의 표를 일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과 19대 낙선에 따른 6년 동안의 공백기로 초선 등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한 재선 의원은 "초·재선 의원이 2/3가 넘는데 그 중에 정 전 의원을 아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냐"라며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간 스킨십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을 선택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