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부 첫 도전' 김종민 감독을 움직인 결정적 한마디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김종민 감독(오른쪽 두 번째)은 새로운 무대에 뛰어들기 앞서 선배들로부터 여러 조언을 구했다.(자료사진=KOVO)
"아빠 이제 감독 안해? 감독하면 좋겠다"


김종민 감독은 2015~2016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2월 갑작스레 친정팀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우승후보로 평가됐던 대한항공의 갑작스러운 부진에 구단 고위 관계자와 갈등설까지 불거지며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팀을 떠났다.

1996년 대한항공에 입단한 그는 2005년 현역 은퇴 후 친정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코치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2013년 39세 젊은 나이에 감독대행을 맡아 대한항공을 이끌기 시작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종민 감독은 성공적으로 정식 감독까지 맡았다.

하지만 성적 부진에 감독직을 내려놓은 모습은 가족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9살난 큰 딸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배구 지도자였다. 평범한 직장인이 될 수 있었던 그에게 "아빠 이제 감독 안해? 감독하면 좋겠다"는 딸의 한마디는 새로운 힘이었다.

줄곧 남자 배구계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던 김종민 감독은 한국도로공사의 감독직을 맡아 새 시즌부터 힘찬 도전을 시작한다. 김 감독은 "배구로 살아온 인생, 배구로 승부를 보자는 생각"이라고 익숙하지 않은 무대에 뛰어든 자신의 과감한 결정을 소개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가운데)이 진지한 눈빛으로 v-리그 여자부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자료사진=KOVO)
◇ 모든 것이 새로운 여자부, 선배들에게 길을 묻다

현재 김종민 감독은 다음 시즌 합류할 새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해 미국 애너하임에 머물고 있다. 이 곳에서 23명의 외국인 선수를 유심히 살펴보며 '흙 속의 진주'를 찾고 있다. 지난 시즌 함께 했던 레슬리 시크라와 재계약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김종민 감독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여자부 감독으로 변신한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인생은 도전이다. 도전 없는 인생은 재미가 없다"면서 "벼랑 끝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배워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더 섬세하다. 훈련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선수들 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부분도 남자 선수들과 함께 할 때와는 또 다른 만큼 모든 면에서 새롭고 낯설기만 했다.

김종민 감독은 과거 함께 지냈던 서남원 KGC인삼공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했다. 이제는 상대 감독으로 만나게 된 서 감독 외에도 여러 선배들로부터 여자부 감독이 되기 위한 많은 가르침을 구했다.

◇ 여자부에서의 첫 시즌, '성장'과 '스피드'

비록 여자부에서는 첫 도전이지만 김종민 감독은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도로공사의 색깔있는 배구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의 세터가 좋다. 공격수들도 월등하게 앞서나가는 선수는 없을지라도 고르게 기량을 갖췄다. 선수들의 마음 자세도 좋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층도 두터운 편"이라고 도로공사의 현재를 평가한 김종민 감독은 외국인 선수 한 명에 의존하는 경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도로공사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면서 "고른 실력을 지닌 선수들로 구성됐고 세터의 능력이 받쳐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빠른 배구를 해보려고 한다. 팀에 확실한 대포를 키우고 새롭게 힘이 될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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