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넘긴 노(老)감독은 할 말이 참 많았다. 4년 동안 피땀을 흘려온 선수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부르며 정성껏 소개했고, 따로 발언 기회를 요청해 절실하게 성원을 당부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도 국가대표 서정복 총 감독(62)이다. 서 감독은 27일 태릉선수촌 챔피언 하우스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길게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었다.
이날 회견에는 김정행, 강영중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올림픽 선수단장, 최종삼 태릉선수촌장,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외도 사격 진종오를 비롯해 양궁 김우진, 기보배와 레슬링 김현우, 펜싱 김지연 등 선수들과 양궁 문형철 감독 등도 나왔다.
20명이 넘는 인원에 대한 회견 시간은 40분. 임원진과 선수, 감독들까지 저마다 올림픽에 임하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시간이 제한된 상황. 여기에 수영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 회복과 관련한 질문까지 나와 여유는 더 없었다.
또 동석한 곽동한(90kg급·하이원)을 "세계 랭킹 1위의 정말 대단한 선수다.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 가져올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곽동한은 갑작스러운 칭찬 세례에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칭찬 릴레이는 이어졌다. 서 감독은 "여자 대표팀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조민선 이후 20년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 감독은 김잔디(57kg급·양주시청), 김성연(70kg급·광주도시철도공사) 등 여자 선수들도 모두 열거했다. 대부분 선수, 감독들이 간략하게 답변을 했지만 서 감독은 무려 5분 정도의 긴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서 감독은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딱 1분만 시간을 달라"면서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유도 사령탑이 아니라 선수촌 지도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였다. 국가대표 전체를 위한 발언이었다.
서 감독은 "역대 올림픽을 보면 TV 광고가 쭉 나와 선수들이 신바람나게 훈련하면서 준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 광고도 나오지 않고, 올림픽이 언제 치러지는지 국민들은 물론 생활체육 선수들도 모른다"고 짚었다.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힘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감독은 "체육회장과 선수촌장 등의 응원에 열심히 하고 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면 지도자들은 지옥행"이라면서 "대한민국 정치인과 기업이 합세해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정말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