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마스크의 불편한 진실…무조건 믿었다간 '낭패'

유치원과 병원까지 파고든 '짝퉁 마스크'…허가받은 '황사 마스크'도 위험할 수 있어

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하늘과 황사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 (사진=황진환 기자)
따뜻한 봄은 찾아왔지만 매일 뿌연 하늘에 집밖을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허락해야할지 고민이 앞선다.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차단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마스크라도 씌워 주지만…당신의 아이가 쓴 그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전혀 차단시키지 못하는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지난 3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짝퉁 황사마스크'를 판매한 6개 업체를 적발했다. 아무리 '짝퉁'이 흔하다고는 하지만 황사마스크까지 '짝퉁'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제품인 것 처럼 허위 과장 광고를 하면서 '짝퉁황사마스크'를 유명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했다. (사진=서울시민생사법경찰단 제공)
'짝퉁 황사마스크'는 마치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제품인 것처럼 허위 과장 광고를 하면서 유명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해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업체들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취약계층인 어린이들과 환자들이 있는 유치원과 병원 등에 '짝퉁 마스크'를 판매해 큰 충격을 줬다.

적발된 짝퉁 마스크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험검사한 결과 6개 제품 모두 황사 차단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부제품의 경우 분진포집비율(사람이 공기를 들이마실 때 작은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비율)이 28%, 30% 미만으로 식약처의 보건용 마스크 허가기준에 한참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적발된 '짝퉁 황사마스크' (사진=서울민생사법경찰단 제공)
결국 이러한 '짝퉁 마스크'를 구입하게 된 소비자들은 돈은 돈대로 날리고 미세먼지는 먼지대로 흡입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이중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황사마스크를 구입시 '의약외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KF80' 또는 'KF94'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 'KF80', 'KF94'?…마스크 기능과 성능도 천차만별

'KF80', 'KF94'라는 용어는 뭘까?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뒤의 숫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의 미세먼지 입자 차단의 성능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식약처에서 황사마스크, 즉 '보건용 마스크'를 허가할 때 평균 0.6㎛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내면 'KF80'이라고 표시하고,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걸러내면 'KF94'라고 표시한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는 2016년 3월 기준으로 41개사 165개 제품이 있다.

식약처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에는 '의약외품'과 'KF80' 또는 'KF94'라고 표시되어있다. 이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구입하면 된다 (사진=유한킴벌리 제공)
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는 PM10(직경 10μm 이하, 머리카락 크기의 1/6 이하), PM2.5(직경 2.5μm 이하)로 구분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데 탁월하지만 '일반 마스크'의 경우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에는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용 마스크와 일반마스크의 기능과 재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구체적으로 보건용 마스크인 '황사마스크'는 마스크 내에 미세먼지를 흡착할 수 있는 정전 필터가 들어있어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지만 일반 마스크인 면 마스크의 경우 섬유를 짜서 만든 제품으로 미세한 입자의 먼지는 걸러내지 못한다.

또한 '황사마스크'는 특수필터와 펄프 등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일회용으로 사용해야하지만 일반마스크의 경우 면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여러번 세탁 후 사용이 가능하다.

(위)일반마스크와 (아래) 보건용 마스크 (사진=블로거 Ha여사, 유한킴벌리 제공)
결국 일반마스크와 황사마스크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확실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 무조건적인 '황사 마스크' 고집, 건강 해칠 수도 있어

앞서 말했듯이 황사 마스크는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방식의 마스크이다 보니 통기량(공기 유출입양)이 일반마스크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통기량이 부족하다 보니 황사마스크 착용시 산소공급량이 급격히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임영호 연세의료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호흡에 문제가 생기고 산소공급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바로 마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옳지 미세먼지를 안먹겠다고 호흡이 제대로 안돼는데도 끝까지 마스크를 쓸 경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특히 COPD(만성폐쇄성폐질환)환자들은 산소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건강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담당의사와 상의 후 마스크를 사용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사진=자료사진)
◇ 마스크,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스컴 등을 통해 미세먼지와 황사의 위험성에 대해 막연히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고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져 대비에 소홀하기 마련이다.

실제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마스크와 이화여대 의료원이 20~40대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5%(475명)가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한 호흡기 건강을 걱정했지만 정작 보건기관이 권고하는 '의약외품 황사마스크'를 사용한 사람은 절반 55.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당장 미세먼지가 내 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무시한 채 다녔다간 나중에 각종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자욱하게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서울 하늘 모습 (사진=자료사진)
임병욱 서울시기후환경본부 대기정책팀장은 "최근 중국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미세먼지는 몽골과 중국에서 넘어오는 오염물질과 자동차와 공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합쳐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병욱 대기정책팀장은 "특히 지난 2012년부터 황사 관측은 증가 추세에 있다"며 "지난 2015년 같은 경우 1995년 이래 최대 황사 관측을 기록한 만큼 현재 대기질은 안좋은 상태이며 이에 따른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서울 (사진=황진환 기자)
실제 황사 발생 후 3일까지 천식 질환 진료건수는 황사가 발생하지 않는 날의 평균 진료건수보다 약 16~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세먼지가 42.9㎍/㎥ 증가하는 경우 영아 사망률이 14.2%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많은 논문들은 밝히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장중현 교수는 "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아 몸속 유입과 신체기관에 쌓이기 쉽다"며 "미세먼지는 폐 속에 깊숙이 침투하여 허파 꽈리(폐포)에 흡착해 기관지나 폐를 손상 시키며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임영호 연세의료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암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수명에 있어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로 미세먼지가 들어갈 확률은 낮다. 그러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 시에는 가급적 마스크를 사용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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