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역차별 논란 '학종'…이젠 수술대 오르나

강·특·자 우대 입시, 이제는 바꿀 때④

글 싣는 순서
① 강·특·자가 장악한 '학종' 대입…흙수저들은 발만 동동
② 강·특·자만 유리한 '학종', "합법적 부정입학 제도"
③ "SKY 한명이라도…"일반고 내신·스펙 우등생 몰빵 '기현상'
④ 흙수저 역차별 논란 '학종'…이젠 수술대 오르나

수시모집 논술고사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면접을 해보면 학원에서 준비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차이가 분명합니다. 면접 준비도 수십만원씩 든다는데 저소득층이 감당하기가 쉽진 않죠."(상명대 김영철 금융경제학과 교수)

김 교수의 말대로 대학 입시의 대세가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흙수저들에게 불리하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학종을 개선하거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교육단체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입맛대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길을 대학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까닭이다.

교육당국도 대학 논리에 편승해, 학종이 학생들에게 기회의 폭을 넓혀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점차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특히 20대 국회에서 기선을 잡은 야권은 대입 전형의 개선을 선언했다.

◇ 몸집 키운 야권 '학종 중심 대입제도 개선해야'

국민의당 정책실 장성옥 간사는 27일 CBS와 전화통화에서 "돈에 따라 정보가 오가는 현 수시제도와 학생부종합전형에는 가난한 이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저소득층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교육공약으로 '수시전형의 대폭 축소'와 '정시전형의 확대'를 내걸은바 있다.

장 간사는 또 "80%에 이르는 수시비중을 줄여 사교육 확대를 막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라며 "공약에 대해 상당히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현 입시제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심연미 교육정책실장은 사견을 전제로 "총선공약에 대학입시제도 개선에 관한 이야기를 담진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며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두 당은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20대 국회가 열리면 활발한 논의를 통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 "비교과영역 줄여" 대학들도 변화 움직임 '꿈틀'

일부 대학들도 입시 전형에서 수시모집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종에 대한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울대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학종에서 교과 성적외에 수상실적의 횟수나 봉사활동의 시간수가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실수업에서 어떤 활동을 열심히 했고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활동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신입생의 75%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서울대가 학종의 비교과활동에 대한 평가 비중을 낮추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발언이다.

고려대는 이미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내 비교과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부 조정했다.

이 학교는 학종과 유사한 학교장추천전형에서 20%이던 비교과영역 반영 비중을 2017년도에는 10%로 낮추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비교과영역의 반영비중을 줄이고 교과영역을 늘린 것은 공교육 강화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도 학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평가의 틀을 바꾸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학종의 평가가 수치화된 점수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기에 평가에 모호한 측면은 존재한다"면서 "이견이 없는 방법을 고안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소극적인 정부·여당…상당수 대학은 '학종' 비중 늘려

하지만 물줄기를 바꾸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학종 운영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도 입시틀 자체를 바꾸는 데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선발은 대학에 자율권이 있다"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 부담이 가중된다면 현재 운영중인 '고교 교육 정상화기여대학 사업'을 통해 입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견해도 교육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최근 전교조가 제안한 대입 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도 "교육부의 방침과 당의 정책이 다르지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런가 하면 상당수 대학들은 2018년 입시에서 오히려 학종 비중을 더 늘리기로 했다.

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8년도 4년제 입시 시행 계획을 보면 입학정원의 74%를 수시로 선발하고, 이 중 86%를 학종으로 뽑는다.

학종 비중이 전년보다 4%p 증가한 것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학종의 비중이 줄지 않는다면 평가방식이라도 스펙경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교조 김학한 참교육연구소장은 "학생부 내 비교과활동 요소로 학생을 선발하는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뿐"이라며 "유럽, 일본 등처럼 교과 안에 학생의 다양한 특기나 능력이 담기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박균섭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을 얘기할 때 입시 제도나 정책은 교육의 일부여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입시 자체가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움직인다"면서 "입시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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