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박지원 원내대표 등장에 부담스런 거대 양당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9단 정치에 맞설 인물찾기 고심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제3당인 국민의당의 원내대표에 박지원 의원(4선)이 추대되면서 두 여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 9단의 노련한 박 의원이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며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관 등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이번에 원내대표만 세번째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졌다. 20대 총선 결과로 과반이 넘은 정당 없이 3당 체제가 굳어지면서 협상과정에서 어떻게 '합종연횡'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박 의원을 상대하려면 노련한 것을 넘어서 교활해야 한다"며 "3당 체제가 되면서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국민의당을 무조건 우군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경쟁자인데 잘못하면 크게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를 협상파트너로 상대하기 위해선 원내대표의 급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3선과 4선은 당이나 국회 운영 경험에서 차이가 적지 않다"며 "이참에 4선으로 원내대표 급수를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박지원 의원이 더민주와 새누리당 사이에서 '밀당'을 하면 우리가 끌려다닐 수 있다"며 "박 원내대표를 상대하려면 5선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4선에서 이상민 설훈 강창일 안민석 의원이, 3선에서는 민병두 우원식 우상호 홍영표 안규백 노웅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대구에서 당선된 김부겸 전 의원을 원내대표로 세워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원내대표는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의원 측은 "아직 원내대표에 대해 확실히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비박계와 친박계간 집안싸움이 예상되는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박 원내대표의 선출 이후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비박계에서 나경원 의원, 친박계에서 유기준 의원, 범친박계에서 정진석 전 의원 등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에 대해 '2선 후퇴론'이 나오며 나 의원이나 정 전 의원 등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16년 만에 맞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박 원내대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도 경륜과 노련미를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책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 의원은 "가뜩이나 여소야대로 원내 상황이 어려운데 자칫 박 원내대표에게 끌려다닐 수 있다"면서 "비박.친박간 집안싸움을 넘어 국회 전체 판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군이 박 원내대표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3당인 국민의당과 협력하는게 중요하니까 우리도 고심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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