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로 떠오른 기업 구조조정 문제는 앞으로 여야정 협의체가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경영실패에 대한 여야 각 당의 시각차이 속에 '협치(協治)'의 새로운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관련 업체가 몰려 있는 해당지역 민심은 뒤숭숭해진 지 이미 오래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정부와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며 상경투쟁을 결의했다. 고강도 구조조정의 쓰나미 앞에 민간기업들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공기관에서는 대대적인 낙하산 '투하'가 예고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빈자리를 겨냥한 정피아(정치권+마피아), 금피아(금융관료+마피아)들의 이른바 '알박기' 식의 낙하산 인사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4.13 총선을 통해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새누리당 출신의 낙선, 낙천 정치인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부부처 산하 323개 공공기관(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90개, 기타공공기관 203개) 가운데 오는 7월까지 22개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 되고, 올해말로 임기가 끝나는 자리까지 합치면 무려 97곳에 이른다.
기관장들의 총선출마로 현재 기관장이 공석중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지역난방공사, 법률구조공단, 표준과학기술원을 비롯해 한국석유관리원, 한국보육진흥원장, 아리랑TV 등의 기관장이 없는 상태다.
또 5월말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농촌경제연구원(KERI) 등 국책연구기관장의 임기가 끝나며, 7월까지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장학재단, 에너지공단, 환경공단 등의 기관장이 공석이 된다.
그동안 총선이 끝나고 나면 낙하산 인사가 으레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대통령 선거 이후 논공행상으로 단행된 낙하산 알박기 인사와 마찬가지다. 당연히 없어져야 될 나쁜 관행이지만 구습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총선 낙선, 낙천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기관장 공모절차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감지할 수 없다.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잡음이 커지면 결국은 공공기관의 '경영 공백'으로 이어진다.
정관계 출신들을 무조건 공공기관장에서 배제시키자는 차원이 아니라 직책에 걸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국민들의 기대를 무색케 한다.
한국전력공사는 2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낙하산 논란의 당사자인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상임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고,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상임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했다.
이성한 전 청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의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청장직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조전혁 전 의원은 200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번 20대 총선에 출마했다 떨어진 지 보름도 안돼 공공기관의 노른자위를 꿰찼다.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방만한 경영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한전의 감사 핵심라인이 에너지나 회계분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사들로 채워진 것이다.
부채비율 6,900%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자원개발과는 무관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산하 광주전남본부장을 지낸 김현장씨를 상임감사로 선임했다.
이미 일부 자리를 채운 금융권의 경우도 낙하산 논란을 피해 가지는 못한다.
지난달 신용보증기금 감사에는 박근혜 대선캠프내 직능총괄본부 상임총괄본부장을 지낸 김기석 전 의원이 선임됐고, '친박'인 서병수 부산시장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씨는 한국예탁결제원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에는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KB국민은행 상임감사에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내정됐다는 소문으로 진통을 거듭하다 금융산업노조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없었던 일이 되기도 했다. 신 전 비서관은 금융관련 경력이 없다.
IBK기업은행의 경우는 지난 2월 금융감독원장 출신인 이용근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우리은행은 옛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홍일화 씨와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을 남편으로 둔 천혜숙 씨를 각각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뿌리뽑아야 할 구태(舊態)임이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의 계획대로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을 시작으로 민간개혁을 이끌겠다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친박이라는 말을 내가 만들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 강조한 만큼 앞으로는 '내사람 챙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25조)에 따르면 기관장이나 상임감사는 대통령이나 기재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직후 "업무와 무관한 정치 낙하산을 없애고 전문성 있는 인재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