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성적'을 거뒀다는 취재진의 말에 박태환(27)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도핑 파문 이후 18개월만에 다시 수영장에 등장한 박태환에게 기록과의 경쟁,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사실상 좌절됐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2016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기 때문이다. 주위의 칭찬 한마디, 수영장을 찾은 팬들의 뜨거운 함성은 박태환에게 큰 힘이 됐다.
박태환이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세계랭킹 4위의 기록을 남겼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 결승 1조에서 3분44초26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태환은 앞서 열린 자유형 1500m와 200m에 이어 400m에서도 올림픽 A기준을 통과했다. 박태환만 통과했다. 한국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는 자신 밖에 없다고 어필하는 것 같았다. 대회 첫날 장거리 1500m 경기를 치르고도 200m에서 세계 7위, 400m에서는 세계 4위 기록을 썼다.
박태환은 400m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라톤을 뛰고 단거리를 준비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조금은 힘들었다"며 "그런 걸 배제하고 열심히 준비해 이번 대회에서 매경기 열심히 보여드리는 게 많은 분들께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태환은 기록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이것보다 더 잘 나왔으면 좋은데 여러가지 스케쥴 상황과 조금은 외적인 부분도 있었다"며 아쉬워 했다.
그래도 박태환이 국제 경쟁력을 과시한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의 길은 여전히 닫혀있다.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선수는 3년간 국가대표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
박태환의 실력이 여론을 바꿀 수 있을까? 27일은 리우올림픽 개막 100일 전이다. 공교롭게도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특집 미디어데이를 개최하는 날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한 운명의 레이스를 펼쳤다.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 의지를 묻는 질문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보답하는 길은 지금 이 대회 그리고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자리가 한번 더 주어진다면 그게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에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넘어설 수 있다고 충분히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내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 어떤 메달이든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