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우성 (배우, UN난민기구 친선대사)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영화배우 정우성 씨를 만납니다. 정우성 씨가요. 지난 3월에 중동 레바논을 다녀왔답니다. 영화 배우니까 촬영차 다녀왔겠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UN난민기구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난민들을 만나고 왔답니다. UN난민기구라고 하면, 여러분들 안젤리나 졸리 떠올리실 거예요. UN난민기구의 친선대사는 정우성 씨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 딱 11명이라고 하니까 참 귀한 일을 맡은 거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배우 정우성 씨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정우성 씨, 안녕하세요?
◆ 정우성>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배우 정우성이 아니라 UN난민기구의 대사 정우성으로 오늘 인터뷰 하시는 겁니다?
◆ 정우성> 글쎄 말이에요. 배우가 아닌 UN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활동에 관심 가져주시고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김현정> 별말씀을요. 세계에 딱 11명밖에 없다고 하는데 세계 그 많은 유명인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배우 그 중에서도 정우성이라는 배우에게 함께 해 달라 이렇게 요청을 하게 됐을까요?
◆ 정우성> 그러게요. (웃음) 저도 임명이 되고 세계 11명뿐 없다는 얘기를 들고 '아, 이게 책임이 더 막중하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서 또 망설이기도 했었죠. 그런데 제안이 왔을 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서, 일단 '오케이. 한번 해 보자' 했고요. 그리고 실천을 해 가면서 지금은 난민들의 실상과 UN난민기구의 활동을 알리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그런 확신과 자신감도 생겼죠.
◇ 김현정> 지난 3월에도 정우성 씨 레바논에 가서 시리아 난민들 직접 만나고 오셨다고요?
◆ 정우성> 네.
◆ 정우성> 레바논 북부지역에 갔을 때 작은 가정 캠프를 방문했는데 그 캠프 안에서 태어난 지 20일 된 아기를 봤어요.
◇ 김현정> 태어난 지 20일? 정말 갓난아기네요.
◆ 정우성> 네. 그 아버지는 내전이 종식될 기미도 안 보이니까, 이 아이에 대한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을 가지고 가야 될지에 대한... 그런 절망의 눈빛으로 저를 대하고... 그 아이는 앞으로의 펼쳐질 미래에 대한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아주 불확실한 상황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정우성> 그 아이의 눈빛을 보는데, 예전에 3년 전에 제가 처음으로 네팔을 방문했을때 만난 미얀마 난민을 봤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아,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잘 생활을 하고 있을까?’라는 그런 막연한 어떤 걱정도 들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정우성> 사실 이들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이들이 걱정하는 건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 먹을 것, 그런 거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시리아 부모님들을 보면 우리나라 부모님들처럼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 대한 열의가 엄청나세요.
◇ 김현정> 그래요? 아니, 거기는 지금 먹고사는 것조차 잘 해결이 안 될 것 같은데요?
◆ 정우성> 그런데 그들은 미래에 대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더 크게 하시는 거죠. 시리아 내전이 지금 6년째로 접어들고 있는데 한 세대가 교육을 못 받아서 다시 나라를 재건하려고 하면 10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것에 대한 염려와 우려가 크다 보니까...
거기 가서 그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왜 시리아 난민들이 그렇게 유럽행을 택하고 있구나.’라는 걸 이해하겠더라고요. 지중해를 목숨 걸고 건너는 건 자기네들도 원치 않는데,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어떠한 위험이 따르는 죽음의 항해라도 서슴지 않겠다라는 그런 강인한 의지가 있더라고요.
◇ 김현정> 저는 지금 정우성 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뜻 드는 생각이, 작년 9월에 왜 시리아 난민 아이, 배 타고 유럽으로 가다가 배가 난파가 되면서...
◆ 정우성> 네. 쿠르디요.
◇ 김현정> 네. 쿠르디... 3살짜리 아이 쿠르디의 시신이 해변가에 올라와서 전 세계가 애도하고 같이 눈물 흘렸던... 그때 그럼 그 아이 보면서 정우성 씨 심경은 남다르셨겠어요?
◆ 정우성> 그때가... 아마 한국에서 난민의 날을 기념하는 어떤 행사를 하기 위해서 이동 중에 그 기사를 봤어요. 그랬는데 그 아이가 마치 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해변에 이렇게 주검으로 누워 있는데 굉장히 가슴 아프더라고요.
◆ 정우성> 저도 편한 학창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죠.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긴 했지만 사실은 저는 어쨌든 발을 붙이고 살 집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그런 집으로 돌아갈 수 조차 없는 상황이니까요.
◇ 김현정> 우리가, 지금 라디오를 듣고 계신 청취자들이 난민들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 정우성> 그냥 관심을 가져주시면 되는 거죠. 관심을 갖고 만약에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조그마한 어떤 도움의 행동을 실천해 주시면 커다란 힘이 되고요. 나중에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국가에 여유가 생겼을 때,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굉장한 호감으로 또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김현정> 당연한 일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하고, 감당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습 보니까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요.
◆ 정우성> 그리고,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배우로서 활동도 더 열심히 해야죠. (웃음)
◇ 김현정> 맞아요. 배우라는 이름을 잃고 또 활동하시면 안 되는 거니까요. (웃음)
◆ 정우성> 절대 안 되죠.
◇ 김현정> 정우성 씨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타일이시네요. UN 친선대사 활동도 그렇고, 제작자로, 배우로, 또 영화감독으로는 지금 장편영화 만드는 꿈을 15년째 꾸고 계시다면서요?
◆ 정우성> 네. 그렇죠. 그 꿈을 아직도 키우고 있는데 지금은 하는 시점과, 잘 해야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고 하니까요.
◇ 김현정> 더 어려워지는 거네요, 장편 영화 내는 길은?
◆ 정우성> 아니에요. 자신감은 있어요.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고 하니까요.
◇ 김현정> 지금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게 있습니까?
◆ 정우성> 그럼요. 15년 동안 얘기했는데, 준비하는 작품 없이 이야기 했겠습니까. (웃음)
◇ 김현정> (웃음) 시나리오도 직접 쓰시는 거에요?
◆ 정우성> 예전에는 제가 직접 쓰기도 했는데요. 이게 혼자 다 하려고 하니까 시간이 허락을 안하고 해서 작가랑도 같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장르입니까?
◆ 정우성> 장르가 많아요.
◇ 김현정> 여러 가지예요?
◆ 정우성> 네. 러브스토리도 있고 액션도 있고요.
◇ 김현정> 그걸 동시에 작업하시는 거예요?
◆ 정우성> 네. 나이가 있다 보니까... 자꾸 나이얘기 해서 쑥스러운데. (웃음) 영화가 가져야 될 어떤 사회적인 의미, 그리고 전달해야하는 메시지, 이런 거에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액션도 있고 러브스토리도 있고? 그러면, 감독도 하고 주연도 하시는 겁니까?
◆ 정우성> 일단 제가 감독하면 가장 편한 배우가 저 아니겠습니까? (웃음)
◇ 김현정> 그러면 본인을 주연으로 상정해 놓고 작업하면 훨씬 수월하겠는데요?
◆ 정우성> 네. (웃음)
◆ 정우성> 언제라고 지금 섣불리 말씀드리면 안 될 것 같고요. 물론 너무 오랫동안 얘기해서 또 한번의 번복을 크게 개의치는 않을 것 같은데요. (웃음) 곧 해야죠.
◇ 김현정> 곧? 곧이라면 올해 안에 볼 수 있어요?
◆ 정우성> 아유, 올해는 지금 촬영하고 있는 것들도 바빠 가지고요.
◇ 김현정> 그래요. 정우성 감독 작품도 기대하고 있을 테고요.
◆ 정우성> 네.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활동에 관심 가져주셔서.
◇ 김현정> 지금 ‘아수라’라는 영화는 곧 개봉하고, ‘더 킹’이라는 영화는 조인성 씨와 함께 하고 계시는 거죠?
◆ 정우성> 네, 맞습니다. ‘아수라’는 아마 중하반기에 할 것 같고요. ‘더킹’은 올 하반기에 여러분들에게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난민 아이들을 위한 영화, 언젠가는 그런 것도 한번 꿈꿔볼 만하겠다 싶은데 어떠세요?
◆ 정우성> 잘 해야죠. 어떤 영화적인 오락성이나 이런 것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그들에 대한 어떤 절실한 동요가 일 수 있게끔 해야 되니까요.
◇ 김현정> 지금 함부로 하겠다, 라고 말은 못하지만 세상에 나의 재능을 이용해서 이들의 생활을 알리는 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좀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있으신 거 같네요.
◆ 정우성> 그럼요.
◇ 김현정> 앞으로 스크린 속의 스타로서 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훈훈한 한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계속 남아주시기를 제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우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UN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영화배우 정우성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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