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봐줄게" 경찰 '딱지 바꾸기'에 시민불만 폭발

'재량권 남용' 지적 나와

부산지방경찰청. (사진=부산CBS)
부산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단속 과정에서 규정에도 없는 재량권을 언급하며 범칙금을 마음대로 부과하는가 하면 사실상 갑질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교통 단속에 대한 시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무분별한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집계한 경찰의 각종 실적 통계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부산에 사는 김모(32)씨는 이번 달 초 부산 수영구의 한 교차로를 지나다가 신호를 위반해 경찰에 적발됐다. 김 씨의 차량을 멈춰 세운 경찰은 범칙금 고지서를 발급하겠다며 김 씨의 면허증을 요구했다.

"신호기가 많아 어디 신호를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한 김 씨.

하지만 경찰은 원칙대로 6만 원짜리 범칙금 고지서를 김 씨에게 발부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김 씨는 경찰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찰이 같은 시각 함께 적발한 다른 차량에는 3만 원짜리 고지서를 발부했다는 것.

화가 난 김 씨에게 경찰은 "범칙금 딱지를 끊는 것은 경찰 고유권한"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김 씨는 이번 일로 경찰의 활동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범칙금 몇만 원이 대수는 아니지만 같은 위반을 한 차들에게 다른 처분을 내린다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별다른 기준도 없이 교통경찰 마음대로 처분을 내린다면 누가 경찰의 활동을 신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 같은 사실을 관할인 부산 남부경찰서에 알린 뒤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운전자에게 선처를 베풀겠다며 갑질 행태를 보였다는 사례도 나왔다.

이모(25)씨는 최근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교차로에서 자신을 적발한 경찰이 "재량으로 범칙금을 깎아주겠다"라며 고지서에 서명을 유도하고 훈계성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갑질에 가까운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한산한 도로에서 꼬리물기를 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범칙금 고지서를 받아들었다"라며 "담당 경찰관은 마치 선심을 쓰듯 '큰 잘못을 했으나 경찰 고유 재량으로 봐주겠다'라고 회유하며 고지서에 서명을 유도하기도 해 매우 불쾌했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신호 위반 단속에 적발된 뒤 상대적으로 처분이 약한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는 사례나 심지어 '무단횡단' 등 운전자와 무관한 보행자 법규 위반에 해당하는 범칙금을 받았다는 사례도 수차례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부산 경찰의 교통법규위반 적발 실적을 보니, 보행자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0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전자에 대한 법규위반 단속 실적은 35.1%, 5대 교통무질서 단속 건수는 64.2%가량 증가했다.

경찰의 제멋대로 딱지 바꾸기가 관행처럼 퍼져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집중 단속에 따른 실적이 나왔을 뿐이며 재량권은 규정에도 없는 개념이라 이를 남용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확인을 위해 구체적인 위반 항목별 단속 건수 자료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회신은 없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 계도 차원에서 끝내는 상황은 있을 수 있지만, 경찰이 임의로 범칙금 고지서를 바꿀 재량은 없다"며 "보행자 단속 실적이 많은 것은 올해 들어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적으로 단속 활동을 강화했기 때문일 뿐 범칙금 고지서를 임의로 발급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이 이같은 해명을 내놓은 순간에도 억울하게 적발된 뒤 처벌을 경감 받았다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어, 관행처럼 퍼진 경찰의 제멋대로 단속 활동에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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