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리우 웨이에게 상징으로 작용한다. 그의 설치작품 '하찮은 실수'에서 낡은 창을 재료로 사용하며 군녹색(국방색)과 미색을 활용하는데, 각기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군녹색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특유의 녹색으로 공공기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점차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미색은 병원과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군녹색과 미색은 체계와 규율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와 규율을 상징하는 색상의 폐목재들은 작가에 의해 재조립돼 성당,첨탑 등의 형상으로 재탄생한다.
'풍경처럼'(맨 위 작품) 역시 강한 역설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여섯 점의 큰 흑백사진은 멀리서보면 봉우리들이 아름다운 산을 그린 수묵화 느낌이 난다. 마치 봉긋 솟은 봉우리들이 굽이굽이 펼쳐진 중국 계림의 이강 산수화처럼. 그런데 이 작품에서 봉우리를 구성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사람의 엉덩이다.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허리를 굽힌 여러 사람들의 높낮이를 달리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풍경처럼'은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에 출품한 것이다. 당초 이 작품을 출품하려 했던 게 아니다. 작가가 처음 출품하고 싶었던 것은 기차 안에 가벽을 설치하고 그 뒤에 참여가 허가되지 않은 작품을 전시하는 구성이었다. 그 의도는 기존 미술체제의 틀을 깨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이 작품 전시가 무산되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동안 주최측이 작가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지지했었기 때문에 작가는 더욱 화가 났다. 그래서 결국 '풍경처럼'이라는 명백히 의도적인 작품을 출품한다. 이 작품은 자연 풍경처럼 보여서였는지 출품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그 의도란 비엔날레 주최측에 대한 항의이다. 엉덩이를 까고 상대를 향해 들이민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조롱의 표시이다. 작가는 조롱한다. 현대미술계의 자기혁신 메세지를 수용하지 못하는 주최측의 관료주의적 행태를. 이 뿐일까? '풍경처럼'에 등장하는 둔부들에는 산모기가 한마리씩 붙어있다. 작가는 이 산모기 배치에 특별한 의도가 없다고 했다. 관객인 필자는 상상한다. 이 산모기가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어, 작가들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현대미술계를 비유한 건 아닐까. 더 나아가 현대물질문명의 화려한 이면에는 대다수 가난한 인민들의 피땀을 착취하는 자본이라는 산모기가 들러붙어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마천루 빌딩의 뒷골목에는 농민공들의 피혜함이 존재하듯이.
전시 기간:4.28~8.14
전시 장소:플라토 미술관
출품작: 12점(설치, 회화, 사진, 영상 등)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