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100억원대 원정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직후 부장판사 출신 A(46 여) 변호사와 수임계약을 맺었다. 그러다 최근 A 변호사와 정 대표가 구치소 접견실에서 수임료 20억원이 성공보수인지 착수금인지를 놓고 다투다 정 대표가 폭력을 행사한 뒤 양측은 치열한 폭로전과 여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A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게 해주겠다"며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20억원을 요구해 받아간 뒤 법원에서 보석이 되지 않았는데도 돌려주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A 변호사는 정 대표를 3개월 동안 매일 접견하는 조건이 포함됐고 상습도박 혐의 외에도 16건의 민형사 사건을 처리해 주는 명목으로 수임료를 받았을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정 대표가 대형 로펌 변호사 선임을 요구해 24명 변호인단을 꾸리느라 자신이 받은 돈은 실제 몇천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진실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7월 무효라고 판결한 형사사건 성공보수금이 사라지지 않고 착수금으로 미리 받는 형식의 '편법'이 수면 위로 부상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변호사 착수금 문제 뿐 아니라 정 대표의 변호인단이 전관을 앞세운 '구명로비'를 한 정황도 점차 드러나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특수통 검사장 출신 모 변호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 대표의 항소심에서 검찰 구형량이 1심보다 이례적으로 낮아진 부분에서 해당 변호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 뿐 아니라 정 대표가 법원에 로비한 사정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 대표의 항소심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에 배당됐다가 재판장인 B부장판사의 요구로 다음날 재판부 재배당이 이뤄졌다.
당시 B부장판사는 사건 배당을 받은 사실을 모르고 지인과 저녁 자리를 했다가 사건 관련 내용을 접한 뒤, 다음날 출근해 배당 사실을 알게 되자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재배당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로비 시도는 법원 정기인사로 C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온 뒤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정 대표는 지인인 모 지법 부장판사에게 C부장판사에게 이야기를 잘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지만, 부장판사는 이를 들어주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A변호사는 정 대표 접견 과정에서 부장판사 출신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재판부로부터 집행유예 선고를 약속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정 대표는 지인을 통해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에게 항소심 담당재판장에게 선처를 부탁해달라고 요구한 의혹도 받고 있다. 다만 정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점에 비춰볼 때 법원에 대한 로비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올 초 수감 중 A변호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여러명을 언급한 쪽지를 건네며 로비를 중단하라고 의사를 전달한 정황도 알려진 상태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번 사례를 통해 알려진 고액 수임료 문제와 성공보수를 착수금으로 미리 받는 행태 등 변호사 업계의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