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한명이라도…"일반고 내신·스펙 우등생 몰빵 '기현상'

강·특·자 우대 입시, 이제는 바꿀 때③

글 싣는 순서
① 강·특·자가 장악한 '학종' 대입…흙수저들은 발만 동동
② 강·특·자만 유리한 '학종', "합법적 부정입학 제도"
③ "SKY 한명이라도…"일반고 내신·스펙 우등생 몰빵 '기현상'
교내 경시대회는 내신 상위권 학생들로 제한해 참가시켰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공부 잘하는 애들 모아놓은 반이 있어요. 그 반들을 중심으로 경시대회에 참가하니까 그 반에 있었다는 자체가 특혜죠."

경기도의 한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모(22)씨의 말이다.

이 학교는 상위권 학생 20명씩 꾸려 문과는 '인문특기자반'과 이과는'과학특기자반'을 운영중이다.

두 반은 정규 수업은 물론 방과 후 수업, 야간자율학습까지 교사들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이씨는 인문특기자반 출신이다.


대구의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모(22)씨는 교내 경시대회 참가 경쟁에서 한결 자유로웠다.

내신 우수자들은 참가자 명단에 당연하게(?) 올려주기 때문이다.

이씨는 "교내 경시대회 참가 신청이 많으면 항상 내신 성적으로 참가자를 제한했다"고 털어놨다.

대학의 수시 전형 확대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주요 입시형태로 자리하면서 일반고 내에서 명문대 눈높이에 맞춰 '상위권 스펙기회 몰아주기'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될성부른 떡잎'만 선별해 관리하면서 일반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이란 비판이 나온다.

◇ 명문대에 목멘 일반고…'1등급만 키운다'

취재진이 만난 고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소위 '명문대' 합격생 배출을 위해 일반고 내에서 성적 우수학생에게 '스펙'을 몰아주기 하는 관례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종이 대학입시의 핵심 열쇠가 되고, 그 평가 요소 중 하나인 비교과활동에서 강남 일반고나 특목고, 자사고에 미치지 못하는 일반고가 이러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

일반고 출신으로 고려대에 재학중인 이모(22)씨는 "한명이라도 명문대 보내려고 상위권을 특별 관리하는 건 일반고에선 일상적인 일"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하위권 학생들의 기회까지 박탈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스펙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지역 일반고 출신으로 유명 사립대에 합격한 류모(20)씨는 "학교 내에서 소규모로 알게 모르게 개최되는 대회들이 많았다"면서 "특히 토론부 선생님이 개최하는 대회가 많았는데 상위권 성적의 토론부 학생들만 그 사실을 알고 상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이모(24)씨는 "모범상은 보통 반장이나 부반장에게 주는데 부반장이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서 "선생님이 부반장에게'성적이 더 좋은 친구한테 주자'고 말하고, 다른 친구들 모르게 제게 대신 상을 줬다"고 전했다.

◇ "상위권 친구들과 비교하면 초라해…상대적 박탈감"

상위권 소수만 특별관리를 받아 일반 학생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상위권 학생에게 학교가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방의 일반고 수험생인 김모(19)양은 "같은 학교에서 똑같이 수업을 듣는데 상위권은 몇명만 불러 특별 관리하고 자기소개서의 경우도 따로 교육시켜주는데 상대적인 박탈감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또다른 일반고 졸업생 강모(19)양은 "내 생활기록부를 대부분 직접 작성했다"며 "선생님이 신경써 작성해준 상위권 친구들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입시에 종속되면서 교육 기회를 박탈 당하는 역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북대 교육학과 박균섭 교수는 "일선 학교 교사들도 명문대 눈높이에 맞추려고 내신 몰아주기식 편법을 쓰면서, 일반 학생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선사고 양재철 교사는 "학교에서 입시 결과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러다보니 예산 집행 부분에서도 상위권 학생 중심으로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나머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아쉬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 김학한 소장은 "학교가 서열화돼있고 평판은 상위권 대학 진학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이라며 "교사들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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