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총장, '4월 졸업식 비판'에 "박사 학위 안돼" 갑질

최순자 총장, 교수와 학생들 반발에 결국 '사과'

인하대 최순자 총장
인하대학교 최순자 총장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4월 졸업식과 관련해 '갑질 총장'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발단은 문화경영학과 박사과정 수료생 A씨가 지난 21일 인터넷 내부 자유게시판에 올린 '졸업식에 참석해야 하는 8월 졸업예정 원생분들께'라는 제목의 항의성 글이다.

◇ "4월 졸업식이라는 퍼포먼스는 강압과 폭력"

A씨는 이 글에서 "갑작스러운 (졸업식) 변경 및 통합 공지에 어찌 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습니다"라면서 매년 2월과 8월에 하던 졸업식을 4월 개교기념일에 맞춰 통합 진행하기로 한 학교방침을 비판했다.

이어 "이날(23일) 시간이 된다면 졸업식장에서 학위복 없이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하고자 합니다"라며 동참을 권유하기도 했다.

A씨는 특히 "4월 졸업식이라는 퍼포먼스가 사실은 학생들의 실존 없이 이뤄지고 있는 강압과 폭력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줍시다"라고 밝혔다.

이 글을 본 최순자 총장이 졸업식 다음 날인 24일 오전 A씨의 글에 직접 댓글을 달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최 총장은 "박사학위 받는 행사에 대해 이러한 인식과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 인하대의 박사학위 심사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원에 확인하여 A군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하대는 A군 같은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최 총장의 댓글에 대해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은 잇따라 반박 글을 올리며 거세게 반발했다.

B교수는 "민주주의가 압살 받던 시절, 문교부 장관이 와서 축사라도 할라치면 뒤돌아 앉기, 퇴장하기 등 졸업식장에서도 본인들의 의견을 표출하곤 했다"며 최 총장을 비판했다.

이어 "박사학위 논문은 인성으로 수여되는 것이 아니다. A씨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일개 교수인 것이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 "대한민국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학생 C씨는 "대한민국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면서 "이런 식으로 학생을 협박하는 행동이 총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소통입니까?"라고 반문했다.

학생 D씨도 "총장 본인이 정한 학사행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비정상입니까? 인성 운운하며 학위를 가지고 학원생을 겁박하는 것이 총장의 알량한 권한입니까?"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최 총장은 25일 오후 자신의 입장을 게시판에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나는 인하대 행정을 짊어진 총장이며, 교육을 한 사람이기에 A군의 문제를 교육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면서 "우리 구성원 모두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은 투명하게 처리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최 총장은 이어 26일 오전 A씨를 직접 만나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대학원학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방침도 철회했다.

최 총장은 이달 초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에서 술을 마신 학생들을 직접 나무라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 지도교수에게 전달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현장을 목격한 한 학생은 "성인인 대학생들을 마치 고교생 취급하는 총장의 태도를 보면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슈퍼 갑질한 최순자 총장이 대학 총장으로서 자질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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