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뺑소니범은 경찰이 초동 조치를 끝낸 현장에 아버지와 다시 나타나 증거를 인멸하는 대범함까지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8일 밤 10시 50분쯤,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식당가 사거리에서 한 승용차가 느닷없이 치킨 배달 중인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배달원 신모(55)씨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엉덩이와 팔꿈치를 심하게 부딪혔다.
당황한 운전자 이모(31) 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도망쳤다.
다행히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배달원 신씨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뺑소니범 이씨는 현장에서 수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버리고, 아버지(57)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곧바로 자신의 다른 차량을 몰고 현장에 나타났다.
부자는 출동한 경찰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현장 주변에 떨어진 사고 차량 부품을 수거하고 이내 사라졌다.
경찰은 사고 현장과 인근 CCTV를 분석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라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이씨의 아버지 차량 번호판이 CCTV에 비교적 선명하게 찍히면서, 경찰은 범행 4개월 만에 이씨 부자를 붙잡았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뺑소니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당당 경찰은 "이씨가 이날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음주 측정이 불가능해 음주운전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도 함께 증거를 인멸했지만 친족상도례 규정상, 아들을 도운 아버지를 처벌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