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내다판 한진해운 전 회장, 세월호 선장 떠올라"

<이성신 협력업체 대표>
-일감 줄고, 임금 못줘 줄도산
-상황지속되면 대량해고 불가피
-자고 일어나면 한숨만 쉴 뿐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
-해운업 몰락, 경영실패 요인 커
-경영경험없는 CEO, 대참사 불러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성신((주)신성 대표), 곽정수(한겨레 선임기자)

벼랑 끝에 몰린 해운, 조선사들이 구조조정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한진해운이 대주주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간다는 의미의 자율협약신청서라는 걸 어제 제출했죠. 현대상선은 그 전에 이미 신청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배를 만드는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서 3000명을 감원할 거라는 보도까지 흘러나오고 있죠.

한때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조선, 해운사들의 줄줄이 구조조정.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요. 이 분위기를 가장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한 사람을 먼저 만나보겠습니다.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협력업체 대표 한 분입니다. 경남 거제에서 조선사 협력 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이성신 대표 연결을 해 보죠. 대표님 나와 계십니까?

◆ 이성신> 안녕하십니까? 이성신입니다.

◇ 김현정> 배에 들어가는 부품을 납품하신다고요.

◆ 이성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 협력업체를 운영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이성신> 이 협력업체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21년 동안 운영해 왔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오래 하셨네요. 21년이면 그동안 쭉 이 조선사업을 봐 오셨던 분이니까 지금의 분위기가 어떤 건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지금 상황이 어떤 건가요.

◆ 이성신> 지금 일감은 우선 2013년도가 최대 호황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100% 물량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현재는 50% 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 이성신> 또한 임금 부분은 현재 거제만 해도 약 12개 회사가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서 문을 닫고 도산했습니다.

◇ 김현정> 직원들 월급을 못 줘서 문 닫은 회사가 12개나 돼요?

◆ 이성신> 그렇습니다. 대기업에서 받은 물량들이 대부분 다 해양플랜트 물량들입니다. 그런데 그 해양플랜트 물량들이 일반 상선보다 훨씬 까다롭고 공기도 지연될 뿐만 아니라 고기술의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 김현정>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단가는 점점... 이른바 후려치기라고 그러나요? 계속 낮추는 식으로요?

◆ 이성신> 그렇습니다. 그러한 단가에다가 고기술 인력도 필요하고 공기도 지연됨으로써 건조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하는 거죠.

◇ 김현정> 제가 좀 정리를 해 보자면 일감 자체도 많지 않은데 그 일감을 받기 위해서는 후려치기를 당하면서, 수지타산도 맞지 않은 채 그냥 수주를 하시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임금도 제때 지불 못하고 뭐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되는 거군요.

◆ 이성신> 그렇습니다.

◇ 김현정> 너무 수지가 안 맞으면 차라리 물량을 안 받는 게 낫지 않습니까?

◆ 이성신> 그 물량을 안 받게 되면 그동안의 설비투자라든지 부지 확보를 위해서 들어간 금융비용이라든지 그다음에 모아놓은 인력에 대한 고용 유지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 김현정> 당장 부도가 나니까요?

◆ 이성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에서 비용을 대출해서 정말 겨우겨우... 그렇게 약 4, 5년이 그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제는 아예 구조조정, 현대중공업 직원들도 한 3000명 구조조정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서 말이에요. 지금 심정은 뭐 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우시겠어요?

◆ 이성신> 네, 그동안에 투자한 투자비도 건질 방법이 없고요. 수주 물량이 급감한 데다가 지금 1.5년 정도의 물량밖에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이거든요. 그렇다면 올 6월까지 단 1척의 수주도 못 맡는 그런 상황이 된다고 봤을 때 그 이후에는 대량 해고가 불을 보듯이 뻔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면 협력업체들은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이성신> 협력업체들이 지금 현재 갈 길이 없는 거죠. 결국은 그동안에도 구조조정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해고돼서 현재 전업을 하는 사람도 일부 있고, 식당을 여는 사람도 있고 여러 사람이 있었지만요. 이제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거리를 방황하게 되고 거리에 나앉게 되는 그런 구조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소위 실업자가 되고 나면 그동안 모아놓은 걸로 어떻게 식당이라도 차리고 이렇게 저렇게 사는 분들이 있었지만 그나마도 이제는 꽉 차서 할 일이 없다, 이 말씀이세요?

◆ 이성신>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식당이나 이런 것도 일체 지금 안 되고 있거든요. 예전에 50% 수준도 못 냅니다. 그다음에 많은 근로자들이 나와서 지금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상태이고. 그다음에 한때 우리가 조선업이라고 하면 최대호황이었기 때문에 은행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거든요.

◇ 김현정> 그랬어요.

◆ 이성신> 그런데 그 신세에서 지금 천덕꾸러기 업종으로 완전히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우리 대표님은 어떻게 직원들 바라보시면 이거 참 갑갑하시겠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고요.

◆ 이성신> 그러니까 지금 현재 한숨뿐이 안 나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느냐. 자기들 아이들을 키우고 그다음에 아이들을 전부 다 학교에 보내고 하는 학비라든지 이런 걸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 지금 걱정이...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자고 일어나면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한숨만 쉽니다.

◇ 김현정> 자고 일어나면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한숨. 거제의 상황 지금 조선, 해운 하청업체들의 상황은 어떤지 어디다 하소연 할 때도 없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 저희가 들어봤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대표님 힘내시고요. 고맙습니다.

◆ 이성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남 거제의 상황. 조선사 협력업체 운영하고 계신 이성신 대표를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조선업뿐이 아닙니다. 한진해운은 어제 채권단에 공식적으로 손을 벌렸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회장 일가가 가진 주식의 전량을 직전에 매각한 게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금의 산업구조조정 과연 어디로 갈지 이분과 함께 짚어보죠. 한겨레신문 경제전문 선임기자세요. 곽정수 기자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곽 기자님, 나와 계세요?

◆ 곽정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그 잘 나가던 조선, 해운 업계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 곽정수> 업체들은 1차적으로 대외환경 악화 탓을 합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수년간 지속됐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곽정수> 그러다 보니까 해운이나 조선경기도 불황을 맞았는데. 예를 들면 해운경기 같은 경우에는 2010년도 4분기에 정점을 찍었어요. 그다음부터 계속 내리막인데. 해운사의 주 수입이 운임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곽정수> 지난 5년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운사가 어렵다 보니까 조선사도 배 수주가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다 어려워진 거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글로벌 환경이라는 건 어느 분야가 안 그렇겠습니까? 다 똑같은 거죠. 그거를 미리 감지하고 대처하는 게 그게 경영 아닙니까? 경영자가 할 일은 그런 거 아니에요?

◆ 곽정수> 그렇습니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신데. 지금의 어려움이 오로지 외부 요인만이냐? 그렇지 않고 경영실패라는 내부요인도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지금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외부 요인보다도 내부 경영실패 요인이 더 심각했다는 지적이고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상선입니다.

◇ 김현정> 현대상선이요?

◆ 곽정수> 아시다시피 현대상선의 현정은 회장은 2003년에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잖아요. 그때 갑작스러운 자살로 경영공백이 생기니까 회장을 맡았는데. 사실 이 현 회장은 그 이전에 경영 경험이 없는, 쉽게 얘기하면 아마추어 초보 회장이었죠.

◇ 김현정> 그렇죠.

◆ 곽정수> 처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어요. 더욱이 전문가들 얘기는 해운은 물류 사업으로써 세계 경기의 흐름. 또 국제유가 동향. 또 배 건조와 관련된 금융시장의 흐름.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복합적 경영능력이 필요한 분야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역량도 없는 상태였고 또 취임하고 나서도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자르고 대신에 입맛에 맞는 측근 인사들을 중용을 하고 그중에는 회장의 신임을 믿고 회사의 정식 직함도 없이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전횡을 한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곽정수>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회사와의 어떤 거래 방식을 들어서 불법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현대그룹과 거래하는 그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도 받았어요.

◇ 김현정> 저는 그 말 듣다 보니까 한진해운의 경우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에 최은영 회장이 회사를 맡게 된 거 아니에요? 비슷한 경우 아닙니까?

◆ 곽정수> 그렇죠, 정확하게 지적하셨는데 완전히 닮은 꼴입니다. 2014년에 경영권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기 전에 최은영 회장이 거기 CEO를 맡았는데요.

◇ 김현정> 그렇죠.


◆ 곽정수> 그 남편이 갑자기 죽으니까 본인이 직접 회장자리에 오른 거죠. 그때도 현대상선처럼 똑같은 우려가 제기됐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다가 최은영 회장 같은 경우에는 시숙인 조양호 회장한테 경영권을 넘기기는 했습니다마는 어쨌든.

◆ 곽정수> 더 이상 자기 힘으로 안 되니까 두 손 들어버린 거죠, 2014년에

◇ 김현정> 그런데요, 곽 기자님. 지금 최은영 전 회장이요, 한진해운의 경우. 나흘 전에 법정관리 전 단계인 자율협약 신청하기 나흘 전에 최은영 전 회장이 가지고 있던 자기 주식하고 자기 두 명의 딸이 가지고 있던 주식 전량을 매각했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곽정수> 이건 지금 금액으로는 한 30억 정도 되는데요. 한진그룹이 아시다시피 어저께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곽정수> 사실상 두 손 든 거예요. 알아서 처분해 달라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주가하락으로 인해서 주주들의 손실이 발생을 하게 되죠. 그래서 지금 최은영 전 회장이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내다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죠.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불법입니다. 내부 정보 이용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저는 설령 내부 정보 이용이 아니다 하더라도 지금 한진해운이 어려워진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거든요. 최은영 회장 때 이미 심각한 중병에 걸렸던 거죠. 그래서 본인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까 한진그룹에 넘긴 거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회사가 거의 침몰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본인이 먼저 그 배에서 먼저 탈출하는 셈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먼저 탈출한 꼴이 된다.

◆ 곽정수> 2년 전에 그 사건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이게.

◇ 김현정> 세월호가 떠오른다는 말씀이죠?

◆ 곽정수>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는 거죠.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배를 침몰로 몰고 간 선장이 지금 먼저 배를 지금 탈출하려고 한 걸로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공분이 일어나는 겁니다.

◇ 김현정> 이 순간에 갑자기 이 질문이 떠오르네요. 이렇게 조선, 해운 업체가 몰락하게 되면 거기에서 실업자가 될 노동자 수가 어느 정도로 추정이 됩니까?

◆ 곽정수> 이게 지금 조금 전에도 제가 기업 협력업체분 인터뷰하는 걸 잠깐 들었는데요. 사실 그 부분이 지금 심각한 겁니다. 지금 조선 3사의 경우에 사내 하청에다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20만명에 육박합니다.

◇ 김현정> 20만명이요?

◆ 곽정수> 그런데 거기에 지금 해운도 거기에 더해야 되죠. 그러니까 최소 20만명 이상이 직접적인 종사자들이 있는데요. 벌써 현대중공업 같은 경우에는 정규직 부분에서만 3000명 감원설이 나오잖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곽 기자님, 지금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인데. 저는 20만명의 사람들을 놓고 선장들이 배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이 상황. 우리가 구조조정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이 경영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어떤 부분을 따져야 할 것인지 분명히 짚고 가야겠다. 이 말씀을 끝으로 드리고 싶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곽정수>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겨레 곽정수 경제전문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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