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보고서 "마약거래·한국 녹화물 시청 사형 집행 증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북한 당국이 최근 마약을 밀수해 거래하거나 한국 녹화물을 시청,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원장: 최진욱)은 25일 2014년 말과 2015년 국내에 입국한 탈북한 186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결과를 반영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16'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 관련 조사 내용을 보면 2013년 양강도 혜산시에서 혜산시 농림대학생 1명을 포함한 3명이 마약과 한국 알판(CD)를 복사해 유포했다는 이유로 총살됐다.

2014년에는 양강도 혜산시 비행장에서 남성 2명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마약 밀매 혐의로 역시 총살되는 등 같은 혐의로 2011년 이후 모두 11건의 사형집행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녹화물 시청과 유포행위만을 이유로 사형에 처하지 않고 마약 밀수와 밀매행위 등 다른 범죄행위가 경합된 경우 사형집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연구원은 마약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이 한국 녹화물을 시청 ․ 유포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북한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불법녹화물 시청·유포 행위와 휴대전화 사용 행위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며, 단속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 제2차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북한에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할 것을 권고 했지만, 형사사건 처리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신체적 자유와 안전에 대한 절차적 보장 또한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형사소송법에서는 예심단계에서는 체포와 구속의 통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단계에서는 이를 규정하지 않아 수사와 예심에 무려 1년 6개월이 소요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교화소와 노동단련대, 집결소, 구류장 등 각종 구금시설 내 인권 침해 실태가 여전히 심각해 폭행과 가혹행위가 일상화돼 있으며, 영양 ‧위생 ‧의료 상태도 매우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수용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수형자에 대한 처우도 과도한 노동부과 등 교정제도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 체제 출범을 전후해 국경통제와 탈북 단속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2014년을 전후해 탈북행위에 대한 처벌 정도가 강화됐다.

2013년까지는 1차 북송의 경우 노동단련대 6개월 정도, 2회 이상 북송의 경우 노동교화형을 내렸지만, 2014년부터는 탈북 횟수에 관계없이 노동교화형이 부과되고 있다고 증언들이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이동과 거주의 자유에 관한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으며, 당국이 규정하는 불순세력에 대한 강제추방과 특정지역 접근제한, 금지 등의 조치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북한은 규정상으로는 재판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재판의 독립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에는 한국 국적의 김국기, 최춘길과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씨가 형사재판을 받았지만, 다른 외국인에게는 영사접견권을 보장하는 반면 남한 주민에게는 영사접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의 참정권은 현실정치에서 노동당의 통제 하에 정기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으나, 헌법과 대의원선거법 등에 언급 된 직접 ‧ 보통 ‧ 평등 ‧ 비밀투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의 평등권 역시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성분 및 계층 분류에 의한 차별은 사회진출, 직장배치, 간부 등용 및 승진, 진학, 거주지 배치 등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2015년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 3월에 전격적으로 주민등록문건 ‘개혁’(재정리) 사업이 단행돼 개인의 토대를 평가하는 범주를 남자의 경우 사촌형제들까지, 여자의 경우 남자형제의 기록까지만 토대 범위로 간주하도록 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의 식량권은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식량증산을 위해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제한 적으로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2015년도 가뭄 등으로 인한 식량생산 감소와 식량 수입의 감소로 전반적인 식량의 가용성은 저하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 주민의 의료권은 의료체계 붕괴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리나 동진료소, 인민병원 등의 실태는 더욱 열악한 실정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평양의 대형병원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계층별 ‧ 지역별 건강권의 양극화 현상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가용성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주민들은 장마당이나 비공식 개인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무상치료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집단의 건강권 침해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은 국제인권규범이 규정하고 있는 근로권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의 능력과 희망에 따른 직업선택의 자유, 유리한 노동조건에서 노동할 권리,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은 권리, 자유로운 노동조합의 결성·가입·탈퇴의 자유 등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거나 보장되지 않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지도자의 치적을 쌓기 위해 대규모 토목 건설을 강행하면서 주민들을 강제적으로 동원하는 일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무리한 노동시간 연장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땅히 제공받아야 할 휴식과 노동안전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의 사회권의 사회보장제도는 법적인 측면에서는 잘 갖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해 일반 주민에 대한 사회보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북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로연금과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지급되더라도 하루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매우 적은 금전 또는 물품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범 수용소는 현재 개천 14호 관리소, 요덕 15호 관리소, 명간 16호 관리소, 개천18호 관리소, 청진 25호 관리소 등 총 5개의 수용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려났다.

통일연구원은 2013년 북한이탈주민의 증언, 위성사진 판독 등을 토대로 5개 수용소에 최소 8만에서 최대 12만 정도의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에서는 한국행 기도, 한국 사람 접촉 등을 이유로 한 정치범수용소 수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가족이 탈북해 한국으로 간 경우 남은 가족을 수용소에 보내는 사례는 예전보다 줄었다.

그러나 정치범 피의자가 어떠한 법적 절차없이 체포돼 외부와의 연락이 끊긴 상태로 수용되고 그 가족은 이들의 행방과 생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소에서는 여전히 수용자들에 대한 즉결처형과 비인도적 처우에 따른 사망, 폭행과 가혹행위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 침해의 종합판이자 결정판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현지에서 기본적인 근로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조사에서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리비아, 러시아, 중국에 파견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사례 수집에서 드려났다.

보고서는 "이들의 현지에서의 생활은 북한 당국에서 파견된 관리자에 의해 통제되고 임금 역시 상당부분 계획분이라는 명목으로 상납되며,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 오고 있으며, 올해로 스물 한 번째로 '북한인권백서 2016' 영문판은 6월 말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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