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자율협약' 검토 착수…현대상선 수준의 자구안 요구할 듯

독자 생존 or 현대상선과 합병?…'채권단 손에'

한진해운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 로비에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진해운이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함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해 국민, 농협, 우리, 하나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26일 첫 채권단 회의를 시작으로 수용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

자율협약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채권단 100%가 동의해야 하며, 채권단은 다음 달 초쯤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협약이 결정되면 채권단은 한진해운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3개월간 유예한 상태에서 실사를 통해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조정 방안을 수립하게 된다.

현대상선의 선례로 볼 때 산은은 자율협약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대주주의 사재출연과 감자 등을 통한 손실 분담, 용선료 인하, 채권단을 제외한 사채권자들과의 채무조정을 한진해운에 요구하는 조건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에서는 한진해운의 경우 현대상선만큼 내부이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이 과정에서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00억 원을 출연했다.


대주주의 손실분담 문제와 함께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다.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 자율협약은 무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용선료를 그대로 둔다면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해 봐야 용선료로 해외선주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부담해야 할 용선료는 1조1천469억 원에 이른다.

용선료 부담이 이처럼 커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에 몰린 해운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배를 팔고, 대신 해외선주 사에 배를 빌리는 용선방식으로 경영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계약을 맺을 당시는 호황기 때여서 높은 용선료를 지불하기로 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으로 물동량은 급감하고, 운임료도 크게 떨어졌지만 비싼 용선료는 그대로다보니 해운사들의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는 한진해운보다 많은 1조8천793억 원에 이른다.

해운업의 불황 속에서도 한진해운은 지난 2년간 순익을 냈지만 6조6천억 원에 이르는 부채와 함께 비싼 용선료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해외선사들의 경우에도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용선료 계약이 무효가 돼 손해를 봐야하는 만큼 용선료 인하 협상은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채권단이 자율조정협약을 수용하면 한진해운의 운명은 채권단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이미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 함께 두 회사의 독자 생존도 가능하지만 합병을 통해 하나의 회사로 통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수용하면 산은은 한진해운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의 일부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산은의 자금여력은 비금융자회사의 방만한 경영에다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적자로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은 7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 해 전(3조1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 결과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부실채권의 비율은 5.68%로 시중은행 평균(1.13%)의 5배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 비중이 5%를 넘을 경우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로 간주한다.

한진해운 외에 현대상선에다 향후 상당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총선 때 새누리당이 한국형 양적완화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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